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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경영인들 관료화돼 언로 막혀…생존 걸린 동반성장 자리 잡기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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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대기업이 너무 관료화됐다. 총수들이 ‘우리는 (동반성장) 잘하고 있다’고들 하는데, 거짓말하는 게 아니다. 정말로 실상을 모르는 거다.”

 정운찬(사진) 동반성장위원장이 대기업 문화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다. 그는 “대기업의 전문 경영인들이 거래 실상을 총수에게 다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총수들은 문제점을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의 관료적인 문화 때문에 언로(言路)가 차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대기업이 좀 더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중에 나왔다. 평소 “동반성장이 자리 잡으려면 대기업 총수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 오던 그가 이번엔 대기업 문화 전체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총수가 경영자를 승진시킬 때 이윤을 얼마나 냈는지만 따지는데 현실 파악이 덜 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동반성장은 도의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겨냥한 듯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장관들이 대기업을 옹호하는 것 같은 발언이 나오면 국민은 금방 ‘정부가 동반성장 안 하려고 하는 거구먼’하고 생각할 수 있다”며 “발언도 신중히 하고 관련 기관이 서로 대화하고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이 정 위원장의 ‘초과 이익 공유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후 둘 사이의 골이 아직 메워지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정 위원장과 최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에서 조우할 뻔했지만, 최 장관의 불참으로 만나지 못했다.

 정 위원장은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선 “단기적으로는 정부 보조가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 줘야 한다”며 기여 입학제 도입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갑자기 돈을 싸들고 가서 ‘현금 박치기’식으로 기여 입학을 시키라는 게 아니다. 선진국처럼 오랫동안 대학에 기여한 동문의 자녀들에게 약간의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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