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처럼 생각해야 범인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니시무라 유키(西村由貴·34)
는 일본 경찰청의 유일한 ‘범죄심리분석가’다. 정신의학 박사로 범죄자 행동을 분석하는 그녀는 아예 생각도 연쇄살인범처럼 한다. 그녀는 최근 5년간의 연구를 마무리지은 보고서에서 흉악범죄 근절에 실패한 일본 경찰을 수준 이하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기밀이지만 니시무라는 일본 경찰의 수사관행에 대한 자신의 개혁 의도나 신종 정신병 범죄자들의 출현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조지 워프리츠 뉴스위크 도쿄 지국장과 다카야마 히데코(高山秀子)
기자가 그녀를 인터뷰했다.

▶연구에서 어떤 점이 판명됐는가.

일본 수사관들은 우수하지만 수사에서 본능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본능은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고 데이터베이스화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유능한 수사관들의 지식이 공유되지 않고 있다. 조서에서조차 중요한 부분이 누락된 경우가 많다. 다른 지역의 경찰과 정보를 교환하지 않는다면 유괴범이나 연쇄살인범을 무슨 수로 잡겠는가.

▶전국적인 데이터베이스가 없는가.

있긴 하지만 범죄자의 키·몸무게·혈액형 등 단순 정보에 불과하다. 범행 유형을 확인하려면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조서에 피해자 정보는 거의 없다. 나는 범죄자와 범행의 연계성을 조사하는 캐나다식 흉악범죄 연계분석 시스템을 채택하도록 건의했지만 일본 경찰청은 아직 그럴 의향이 없다.

▶그런 시스템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연쇄범죄가 증가 추세에 있다. 젊은이들은 컴퓨터를 통해서만 의사소통을 한다. 그들은 인터넷으로 포르노를 보거나 인명살상 컴퓨터 게임을 즐긴다. 전혀 죄의식 없이 살인하는 ‘감정을 상실한 정신병자들’이 출현하고 있다.

▶데이터 부족으로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는가.

한 범죄자는 매춘부를 찾아가 섹스를 요구한 뒤 골프공으로 입을 틀어막고 목졸라 살해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두 여성을 살해했으며 몇 차례는 미수에 그쳤다. 그러나 목격자와 피해자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증거가 취합되지 못했다. 증거가 잘 취합돼 있었다면 범인 체포가 더 빨랐을 것이다. 그런 확연한 범행 유형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수사관들은 범죄자의 성적 기호와 범행 동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그들은 일본 범죄자들의 행태가 미국 범죄자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므로 범죄심리 분석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미국처럼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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