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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업성고등학교 진로특화 교육 호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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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자율형 공립고로 선정된 천안 업성고등학교가 학생들에게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기업·행정·경찰·의료·음식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일일 교사로 나서 피부에 와 닿는 진로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평소 듣지 못한 경험담과 사례를 통해 직업을 깊이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구체적인 목표와 꿈을 갖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열의가 생겼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최미영 수간호사가 혈압측정계를 이용해 학생들과 간단한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교실 찾은 경찰관·간호사 … 꿈 갖는 학생들

24일 천안 업성고등학교 1학년 7반 교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4교시 수업을 알리는 음악이 흐르자 푸른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교실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떠들며 장난치던 아이들의 시선이 일순간 경찰관에게 향했다. 시끄러웠던 교실엔 적막감이 흘렀다.

 학생들의 굳은 표정이 미안했는지 천안 서북경찰서 지순태 경위(여성청소년계장)가 애써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학생 진로 상담을 맡은 김은아 교사가 또랑또랑한 어조로 상황을 설명했다.

 “범죄를 저지른 학생을 잡으러 오신 분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 분은 여러분에게 경찰이라는 직업을 알려 주시기 위해 오셨어요. 진로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소개가 끝나자 학생들의 폭풍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수갑은 어떻게 쓰는 건가요?” “총 쏴 보셨나요?” “죽은 사람도 보셨나요?”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학생들의 장난 어린 질문에 폭소가 쏟아졌다.

 지 경위는 총을 쏴봤냐는 말이 신경 쓰였는지 미리 준비해온 자료를 꺼내 들었다. 2002년, 2005년 경찰의 날 기념 사격대회에서 2번이나 우승한 기록을 보여주자 학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졌다.

 관심을 놓칠 새라 지 경위는 경찰이 하는 일, 경찰이 가져야 할 사명감, 경찰이 되는 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정보과, 행정과, 교통과 등 다양한 부서의 구체적 업무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바로 옆 1학년 6반에선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최미영 수간호사가 학생들과 의료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간단한 실습을 진행했다.

 “여러분, 청진기는 팔의 중앙 부분에 대고 이렇게 맥박을 재면 되요.” “선생님, 이렇게 하면 되나요?” 평소 간호사 직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학생들이 최 간호사 주위에 둘러 앉아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진지하게 모습을 지켜봤다.

 최 간호사는 병원의 다양한 직종과 근무형태에 대해 설명했다. “선생님, 석고사는 하루 종일 깁스만 해주면 되나요?” 한 학생의 다소 엉뚱한 질문에 모든 학생들이 웃었다. 최 간호사는 “다른 부수적인 일도 하겠지만 석고사는 하루 종일 깁스만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함께 웃었다.

 “생각한 것과 다르게 몰랐던 직업이 병원에 정말 많네요. 저는 피를 무서워했는데… 그럼 저도 피를 보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직업이 있으니 병원에서 일할 수 있겠네요.”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정형적인 직업에서 벗어나 하나의 의료조직 안에서도 수많은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업을 들은 한진아(1년)양은 간호사가 꼭 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한양은 “간호사는 의사를 보조하는 직업이어서 보람이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는데 매일 이유를 알 수 없는 발작을 일으킨 한 아이를 간호사들이 사랑과 관심으로 돌본 결과 원인이 엄마와의 떨어짐이라는 걸 발견했다는 일화를 듣고 간호사는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치료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며 “앞으로 간호사가 되기 위해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으며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재성(1년)군은 “꿈도 없이 막연히 좋은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만 갖고 경찰서 앞을 가보기도 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멋있고 당당한 경찰의 모습만 아니라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안군은 이어 "경찰관이라는 직업이 내 미래라는 확신이 들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서는 체력도 기르고 시험성적도 좋아야 한다고 말씀을 듣고 열심히 공부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문인력 활용한 특화된 진로교육

지난 5월 천안시청,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천안시 기업인협의회, 한국산업인력공단, 충남북부상공회의소 등 천안지역 13개 기관이 참여하는 천안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천안 업성고와 협약을 맺었다.

지역인재육성이 지역발전의 밑거름이라는 데 뜻을 같이한 기관들이 지역 일자리창출과 우수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노사민정 지역 학생 진로지도 교육 사업’을 추진했다.

 천안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지역 기업·기관에서 종사하는 실무자들을 진로지도 교육 강사로 위촉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직업선택과 진로결정을 돕는 사업이다.

 학교는 진로교육이 그동안 책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이뤄져 장래의 진로를 정할 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학교와 기관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변에서 힘든 역경을 극복하고 자아실현을 한 감동적인 인생역전 직업인을 직업군별로 묶어 직접적이고 역동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노사민정협의회가 학교를 대상으로 진로지도 교육에 참여한 사례는 충남지역에선 처음이다. 학생들의 관심과 반응도 뜨겁다. 노사민정협의회는 처음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향후 사업대상을 점차 늘리고 사업내용을 구체화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업성고는 1학년 학생부터 직업군별 전문가들이 1, 2주간 학급단위로 강의하는 교육을 통해 향후 직업설계 상담사들이 학생들의 적성과 희망에 따른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성고 노재거 교장은 “한 학기 동안 전문 직업군 강사를 통한 진로교육을 실시한 결과 학생들은 장래에 자신들이 희망하는 직업에 진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해당 직업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얻게 됐다”면서 “진로지도 교육 사업이 전문직업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현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지혜를 배워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인 만큼 학생들이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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