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침은 베이징, 점심은 상하이 … “여객기 퍼스트 클래스 탄 기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1318㎞ 4시간48분에 주파 세계 최장인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를 달리는 허셰하오 열차가 27일 중국 베이징 남역을 지나고 있다. 이날 베이징 남역 에서 상하이 훙차오역까지의 시험 운행을 마친 허셰하오 고속철은 30일 공식 개통한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아침은 베이징(北京)에서, 점심은 상하이(上海)에서 비즈니스 파트너와, 그리고 저녁은 다시 가족들과 베이징에서’.

27일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G1의 비즈니스 좌석에서 활짝 웃고 있는 중국 철도부 직원들.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승무원들.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장세정 특파원]

 오는 30일 오후 3시(현지시간) 공식 개통되는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가 중국인의 생활에 몰고올 변화상이다. 탑승 수속과 절차가 복잡한 항공편이 아니라 안전한 고속철로 베이징·상하이가 하루 생활권으로 연결된다. 고속철은 서울~부산의 약 세 배인 1318㎞ 구간을 시속 300㎞로 달린다. 종전까지 열차로 10시간 걸렸던 노선이 5시간 안팎으로 단축된다.

 중국 외교부의 초청으로 기자가 시승한 허셰하오(和諧號) 고속철 G1호 열차는 27일 오전 9시 베이징 남역을 출발해 낮 12시33분 난징(南京) 남역에 한 번 정차한 뒤 오후 1시44분 상하이 훙차오(虹橋)역에 도착했다. 예정시간보다 4분 단축된 4시간44분 만에 도착했다. 상하이에서 40여 분 정도 체류한 뒤 G38호로 갈아 타고 오후 2시25분 상하이를 출발해 오후 7시41분 베이징 남역에 도착했다. 미국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급성장한 ‘중국 속도(China speed)’를 실감한 하루였다.

 1043석의 좌석을 갖춘 16량 열차로 편성된 G1 열차 내부는 쾌적하고 편안했다. 1750위안(약 29만2250원)짜리 비즈니스 좌석은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앞뒤 좌석을 마주 보게 돌려놓고 양쪽 승객들이 두 다리를 쭉 뻗어도 중간에 공간이 남을 정도였다.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여성 승무원들은 스튜어디스급의 미모와 친절함으로 승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6년간 공산주의청년단 단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공산당 입당 지원서를 제출해 예비당원이 됐다는 승무원 주샤오첸(20)은 “승무원으로 선발돼 인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7월 1일)을 앞두고 일정을 앞당겨 고속철을 개통했다. 공산당의 리더십에 따라 중국의 고속 발전을 이룬 성과 중 하나로 자랑하기 위해서다. 고속철 기술 총책임자인 허화우(何華武) 철도부 총공정사는 “독일 지멘스에서 도입한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의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자주적인 고속열차를 생산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긴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개통을 통해 중국의 고속철 기술이 세계 일류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했다”고 감격해 했다.

 고속철 개통이 가져올 변화는 상당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3대 엔진으로 불리는 창장(長江) 삼각주 경제권과 환보하이(環渤海) 경제권이 1일 생활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인적·물적 교류가 고속으로 이뤄지며 중국 경제의 대동맥에 해당하는 동부 연안 도시들이 한 꾸러미로 꿰이게 된다. 경제 통합은 성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톈진(天津)시 런쉐펑(任學鋒) 부시장은 “베이징과 톈진의 경우 고속철이 하루 70편에서 100편으로 증가함에 따라 사실상 하나의 도시로 통합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 철도 당국은 하루 69회 고속철을 베이징~상하이 구간에 투입할 계획이다. 시속 300㎞짜리는 53회, 시속 250㎞짜리는 16회 운행된다. 베이징 발차 기준으로 시속 300㎞ 첫 열차는 오전 7시, 오후 5시에 마지막 열차가 편성된다. 요금은 2등석(시속 250㎞ 기준) 410위안(약 6만8700원)부터 시속 300㎞짜리 1750위안까지 모두 5단계로 책정됐다.

베이징~상하이 고속철에서=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