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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자형 덫에 갇힌 한국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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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4%, 절반에 못 미쳤다. 연령별로 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5~29세가 69.8%로 가장 높다가 육아 부담이 본격 시작되는 30~34세에 54.6%로 뚝 떨어진다. 30대 후반부터는 다시 증가한다. 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M자 패턴이 나타난다.


 한국 여성은 ‘M자’로 형상화되는 육아의 벽에 갇혀 일터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통계청 정동명 사회통계기획과장은 “대학진학률 상승과 만혼 등으로 과거에 비해 경제활동 저하 시점(M자의 함몰점)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이동하기는 했지만 M자 패턴은 여전하다”며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27일 여성주간을 맞아 ‘201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여성의 전문직 진출이 늘면서 ‘우먼파워’가 세졌다. 2009년 기준으로 치과의사 4명 가운데 1명은 여성이었다. 여성 한의사 비중은 16.4%로 1980년의 2.4%에서 크게 높아졌다. 대학(원) 교원 중 여성 비중은 21.1%다. 10년 전보다 5.2%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여성은 훨훨 날았다. 행정고시 합격자의 47.7%, 사법시험 합격자의 41.5%가 여성이었다. 올해 치러진 외무고시에서는 여성이 55.2%로 지난해(60.0%)보다 낮아졌으나 여전히 절반을 넘었다. 2009년 일반직 국가공무원 중 여성은 41.0%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4급 이상 여성 공무원은 4.7%뿐이었다.

 ◆여성은 남성보다=머릿수에서 여성이 더 많다. 전체 인구의 50.3%를 차지한다. 40대 이후 남성 사망률이 빠르게 늘면서 50대 이후부터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많아진다. 대학도 더 많이 간다. 2010년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80.5%로 2009년에 이어 남학생(77.6%)을 앞질렀다. 남녀 학생의 대학 진학률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더 오래 산다. 2009년 기준 여성의 기대수명은 83.8년으로 남성(77.0년)보다 6.8년 더 오래 살았다.

 지난해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0.67배로 2009년(0.665배)보다 다소 높아졌으나 여전히 남성의 70% 수준에 못 미쳤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근로자 비중은 34.5%로 남성(47.9%)보다 크게 낮았다. 반면 여성은 임시와 일용근로자 비중이 컸다. 남녀 간 고용시장은 여전히 차이가 났다.

 ◆미혼은 기혼보다=미혼 여성이 문화생활에 더 적극적이었다. 미혼 여성의 88.9%가 공연·전시·스포츠를 관람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기혼 여성의 문화관람률은 66.6%에 그쳤다. 미혼 여성의 47.1%는 결혼에 대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기혼 여성의 52.0%는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직업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기혼 여성은 수입(37.6%)을 많이 꼽았고 미혼 여성은 직업의 안정성(27.9%)을 주로 택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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