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issue &] 혼탁한 광고시장 개선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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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임호균
한국광고주협회 사무총장

‘광고주가 뽑은 나쁜 언론’ 발표를 계기로 사이비 언론의 반성과 자성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세계 10대 광고국인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기사를 매개로 광고와 협찬을 강요하는 유사 언론 행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렵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많은 기업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이러한 병폐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광고를 한다. 한정된 광고 마케팅 예산을, 가장 효율적인 매체를 선택해 타깃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광고·홍보 활동을 전개한다. 매체는 기업이 집행하고자 하는 광고를 위해 지면과 시간을 제공한다. 이런 상호작용을 거쳐 기업과 매체가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면서 광고시장은 성장해 간다.

 이런 광고시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독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ABC부수, 열독률, 로그분석 등)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음해성 기사를 매개로 광고 및 협찬을 강요하는 사이비언론 매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유사 언론 행위는 결국 광고시장을 교란시키고, 그 피해는 기업은 물론 소비자와 언론에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기업의 광고·홍보 담당자들은 이러한 유사 언론 행위가 도를 넘어 이제는 감내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인터넷 언론을 중심으로 매체수가 엄청나게 증가했고, 포털사이트의 뉴스·검색 제휴나 블로그 운영을 통한 뉴스 노출이 가능해져 사이비언론이 악의적이고 자의적인 보도기사로 기업을 괴롭힐 수 있는 힘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나쁜 언론’에 선정된 한 언론사는 포털과의 뉴스 제휴가 안 되자 블로그 운영을 통해 포털에 자사의 뉴스를 노출시키고 있었다. 더구나 취재 및 편집 인력이 3인 이상이면 누구나 인터넷 언론사 설립이 가능한 상황에서 정부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기업의 유사 언론 행위로 인한 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어렵게 쌓아온 경쟁력과 이미지를 한순간에 훼손시키는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한 기업에 대한 음해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면, 그 기업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피해를 본 기업이 언론중재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 또는 사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견해도 있지만, 문제는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과 포털 검색을 통해 피해를 볼 대로 본 데다 정작 정정보도·반론보도 판결을 받아낸다고 해도 언론이라는 무기를 들고 지속적으로 자행되는 사이비언론의 교묘한 보복 행태를 기업이 감당해 내기는 쉽지 않다.

 한국광고주협회는 14일 이사회 및 운영위원회 연석회의를 통해 앞으로 기업의 자유로운 광고활동을 방해하고 광고시장을 교란시키는 사이비언론 행위를 일삼는 매체에 대해서는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협회는 사이비언론신고센터에 접수되는 사례를 중심으로 선정위원회를 확대해 광고주를 괴롭히는 유사 언론 매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갈 계획이다.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기업이 사이비언론으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을 권리도 있다. ‘광고주가 뽑은 나쁜 언론’ 선정을 계기로 유사 언론 행위를 일삼아 온 매체의 자성과 정화 노력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임호균 한국광고주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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