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재건축 사업 수주놓고 경쟁

중앙일보

입력

요즘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단지가 시끌벅적하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27일 시공업체가 선정된 3, 4단지에 이어 다음달 18일 있을 1단지 재건축사업 수주를 둘러싸고 주택업체간 불을 뿜는 수주전이 전개되고 있다.

1단지 재건축은 총 사업비가 1조원대로 현대건설.삼성물산 주택개발부문.현대산업개발.LG건설.대우.대림산업 등 6대 메이저가 참여해 경쟁하고 있다.

◇ 치열해진 경쟁〓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이주대책비다. 지난해만 해도 가구당 7천만원선이었으나 LG건설이 4단지 사업을 따면서 제시한 금액은 무이자 이주비만 평형에 따라 가구당 8천만~1억2천만원. 경쟁업체(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보다 2천만~4천만원이 더 많았다.

부근 부동산 중개업소는 LG의 공세가 먹혀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원의 80%가 외지인이라서 이주비가 많을수록 투자가치가 높아서 LG에 투표했다는 것이다.

주택업계는 4단지 투표 결과가 경쟁업체를 자극해 1단지 시공업체 선정 때는 더욱 많은 조건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1단지는 10만평의 부지에 7천8백가구를 건립하는 서울 강남 최대의 재건축 사업이다. 현재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삼성물산-대우▶LG건설-대림산업 등 3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개포지구에서 아직 한건도 따내지 못한 삼성은 대우와 컨소시엄을 이뤄 무이자 이주비만 가구당 8천만~1억3천5백만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LG(대림과 컨소시엄)는 4단지 수주 여세를 몰아 무이자 이주비로 최고 1억4천만원까지 줄 예정이다. 현대 컨소시엄도 7천만~1억5백만원을 제시할 계획.

여기에 벽걸이TV.대형 냉장고.식기세척기.액정폰 등 업체들이 공짜로 주겠다는 가전제품이 가구당 3천만원 수준에 이른다.

◇ 왜 수주하려 드나〓주택건설업계는 양재대로 건너편에 대모산이 위치하는 등 주변환경이 좋은데다 5층짜리 아파트로 상대적으로 빠르게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억원대의 무이자 이주비를 줘도 땅을 사서 분양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가구당 평균 1억원의 이주비를 지급한 4단지의 경우 총 2천8백억여원이 사업기간(4~5년)중 잠기게 된다. 그러나 땅을 매입할 경우 평당 1천만원씩 잡아도 4천8백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2천억원의 절감효과가 있다는 것.

또 서울 잠실 등 저밀도지구는 서울시가 도시계획법을 적용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해 도시설계구역인 개포지구는 건축법의 적용을 받아 보다 빨리 사업이 추진되리란 점도 작용했다.

특히 개포지구를 수주할 경우 상반기 중 시공사가 선정될 반포 2, 3단지와 강동 시영1, 2단지 등 10조원 규모의 서울 재건축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다질 수 있다는 점도 업체들이 고려하고 있다.

◇ 과열경쟁 폐해는 없나〓무이자 이주비가 올라가는데 대해 일단 조합원들은 반기고 있다.
4단지의 한 조합원은 "이주비가 많을수록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그만큼 높아진다" 며 "업체간 무상제공 품목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주비의 많고 적음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무이자 이주비의 이자분을 마냥 시공사가 떠안을 수는 없다" 며 "공사비 산정 때 물가연동제를 채택했기 때문에 분양가에 전가될 여지가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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