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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동기·이인규 변호사의 공인 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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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부산저축은행 수뇌부 4명의 변호를 맡은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이들이 대검 중수부가 수사하는 사건에 전직 중수부장과 민정수석을 변호사로 선임한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전관예우 관행의 이득을 노린 것이다. 이를 빤히 헤아릴 수 있으면서도 덜컥 수임(受任)한 것은 공인의식이 없거나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변호사는 사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이유로 수임을 거절해선 안 된다. 그것이 기본 윤리다. 그렇지만 이번 건은 경우가 다르다. 처음 위임계약이 이뤄진 시기가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그룹 5개 계열사와 특수목적법인(SPC) 등 12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 일주일 만이다. 계약 사항에서 성공보수는 ‘불입건’과 ‘불구속 기소’에 지급한다. 명확히 검찰 수사 과정에 한정한 것이다. 기소 이후 변호사로서 변론 능력보다 기소 이전 전직(前職)의 영향력을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도 덥석 문 것은 착수금만 3억원, 성공보수 9억9000만원이라는 거액의 수임료를 탐낸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전직 중수부장과 민정수석이 현직 중수부를 상대한 셈인데, 부실수사 논란과 축소 의혹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1조원대 저축예금의 사전 인출 가운데 특혜성 인출이 85억원뿐이란 수사 결과에 정치권은 물론 국무위원까지 “나도 못 믿겠다”며 불신을 나타내는 상황이다.

 검찰은 박연호 회장 등 4명을 구속한 사실을 들어 “전관예우가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한다. 그 말대로라면 박 회장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고, 정동기·이인규 변호사는 짐짓 ‘전관(前官)’이란 간판만으로 거액을 챙긴 셈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제정한 변호사 윤리강령 첫머리는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고 했다. 이어 ‘명예와 품위 보전’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뒤늦게 변호 계약을 취소했지만 정동기·이인규 ‘전관’의 부적절한 수임은 사회 정의 실현에도, 명예와 품위 보전에도 어긋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