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꿈 가진 아이들이야말로 IT강국의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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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네꿈은 뭐니?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olleh 꿈품센터에서 새소망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적은 스마트패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14일 오후 3시 경기도 성남시 단대오거리의 KT 성남지사. 1층 고객플라자에 있던 손님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에 밖을 내다본다. 알록달록한 미니버스에서 내린 초등학생 10여 명이 쉴 새 없이 재잘대며 건물 2층으로 익숙한 듯 뛰어 올라간다. 인근 새소망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다. 오늘은 폼클레이 수업을 받고 스마트패드를 갖고 놀 수 있는 날. 신나게 달려온 아이들을 반긴 곳은 바로 ‘olleh 꿈품센터’다.

KT가 공간·물품·재능 나눔을 통해 만든 olleh 꿈품센터는 이름 그대로 아이들이 ‘꿈을 품는 것’을 도와주는 곳이다. 전문강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바이올린·영화감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IT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KT 사회공헌팀의 이종일 대리는 “KT는 전국에 사업장이 있어 지역아동센터와의 접근성이 좋다”라며 “공간들을 재배치해 센터 어린이들에게 개방하는 일종의 공간 기부”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자산을 활용한 사회공헌 모델이다.

제 1호점이 성남 olleh 꿈품센터다. 지난해 6월 말 문을 연 지 꼭 1년이 됐다. 5층짜리 지사 건물 중 사무실로 쓰던 132㎡(40평) 크기의 공간을 개조해 만들었다.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들어와 놀 수 있게 바닥엔 마루를 깔고 작은 탁자들을 여러 개 들여놓았다. 큼지막한 IPTV와 빔 프로젝터도 마련돼 있어 영화를 보거나 TV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성남지역아동센터연합회의 양시종 회장은 “지역아동센터들 중엔 냉난방도 안 되는 좁은 장소를 빌려서 운영하고 있어 음악수업을 하거나 시끄럽게 뛰어노는 건 생각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꿈품센터가 생기면서부터 다양한 체험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T는 셔틀버스용으로 25인승 꿈품버스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성남시 37개 지역아동센터들이 원하는 프로그램과 시간을 정해 번갈아가며 꿈품센터를 이용한다. 개소 후 지난 5월까지 3876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찾았다. 이날 폼클레이로 손거울을 만든 정수지(성남은행초2)양은 “저번에는 애벌레를 만들었고, 카네이션이랑 하트바구니도 만들었어요”라며 그동안의 수업내용을 자랑했다.

폼클레이 수업이 끝나자 KT직원들로 구성된 경기동부 IT서포터즈팀이 스마트패드를 잔뜩 안고 등장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다. 하나씩 스마트패드를 차지한 아이들은 각종 악기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으로 연주도 하고 게임도 했다. 쌍둥이 강민정·민지(성남초1) 자매는 “학교에 가서 우리가 아이패드 가지고 논다고 자랑했더니 친구들이 안 믿더라구요”라고 했다. 이날 교육을 진행한 이일환 팀장은 “어린 아이들이라 배우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며 감탄했다.

여러 가지 어플을 이용해 능숙하게 그림을 그리던 이태호(성남은행초3)군은 “나의 꿈은 화가”라며 자랑스레 그림을 보여 준다. 그러자 정지명(성남은행초1)군이 “제 꿈은 축구선수요! 근데 요즘 태권도를 배워서 태권도 선수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성남 olleh 꿈품센터 복도에는 아이들의 꿈과 이석채 KT 회장의 응원메시지가 담긴 액자가 걸려 있다.


꿈품센터의 아이들은 KT 직원들에게도 활력소가 되고 있다. 청원경찰로 11년째 일하고 있다는 박현식(53)씨는 “처음엔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직원과 고객들이 당황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아이들이 들락거리면서 지사 분위기도 밝아진 것 같아 다들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사 봉사단의 곽희만(52)씨는 “전에는 우리 봉사단이 지역아동센터에 한 달에 두 번씩 찾아갔었는데 이제 그 아이들이 날마다 찾아오니 더 뿌듯하다”고 했다.

olleh 꿈품센터는 현재 성남시를 비롯해 왜관·목포·원주·대전 등 10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역마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경북 칠곡 꿈품센터에서는 지난달 630명의 아이들이 ‘찾아가는 예술여행’과 ‘과학교실’에 참가했다. 제주 꿈품센터는 지난달 28일 6개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자전거 하이킹 체험을 했다. 또 남양주에서는 지난 4월 KT 임직원으로 구성된 ‘olleh 사랑의 봉사단’이 스마트패드를 이용한 인형극을 공연하기도 했다. 올해는 부천·천안·강릉 등 10여 개 지역에 꿈품센터가 추가로 문을 연다.

글=손지은 행복동행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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