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금도 좋고 은도 좋다 … 수익률 호조 10년은 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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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전 세계 경기가 불안하다면 뭉칫돈은 안전자산인 금으로 갈 수도 있고, 미국 달러로 갈 수도 있다. 그런데 특정 시점(펀더멘털의 변화가 생기는 시점)에서 금 시세가 강할 때는 금과 미국 달러를 번갈아 사기보다는 금을 지속적으로 매수하는 투자자를 자주 접하게 된다.

 2000년 기술주 버블이 붕괴된 이후 자산 배분에 큰 변화가 발생한다. 2001년 미국 금리인하를 기점으로 새로운 주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정책금리가 떨어지면서 시중 금리가 내려가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금 시세는 더 좋았다. 2001년 연준의 통화정책 이후 미국채보다, 미국 달러보다 금 값이 더 강하게 올랐다는 점(상대강도 개선)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가장 먼저 움직인 자산은 근본적인 변화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21세기 이후는 미국의 통화정책) 대체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다. 이를 활용한 것이 상대강도에 의존한 투자전략이다.

 금은 그 자체로는 투자 가치가 뛰어나지 않다. 임대 수익도 없고 배당도 없고 이자도 없다. 다만 금이라는 자산의 몸값이 떨어지기 위해서는 대체자산인 달러·유로·위안화의 인기가 올라가야 한다. 기축통화로서 위안화는 아직 명함을 내지 못하고, 기축통화 달러와 유로화는 재정위기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달러를 약하게 만들어 자산인플레이션과 수출기업 경쟁력을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금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자산이 나오거나 선진국 재정위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10년 동안 안전자산과 원자재 수요를 상징하는 금 값의 상대수익률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금의 상대수익률이 계속 좋아진다면 최근 급락했던 은도 덩달아 좋아질 것이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금과 은 가격의 장기 변곡점이 대체로 일치한다는 걸 꼽을 수 있다. 또 최근엔 시세가 역사적 고점 수준에서 증거금 인상 뉴스와 함께 급락했는데, 2006년 5월에는 금에 대해서도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진 바 있다(역사적 고점에 위치한 금에 대해서 증거금을 올렸음). 그 후 금 가격이 지금까지 100% 이상 올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은 가격의 최근 조정은 역사적 고점에서 겪는 진통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은 왕의 통화, 은은 상인의 통화’라고 해서 서로 가격 비교를 한다. 현재 금은 은에 비해서 40배 이상 비싸다. 그러나 20세기 이후를 보면 과거 은 가격 버블은 금 가격의 20분의 1 수준까지 따라잡은 전례가 있다. 금과 은의 상대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은 투자는 매력적이다. 혹시 주변에 지인이 금과 은을 팔고 싶어 한다면 몇 년 더 보유하라고 권하고 싶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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