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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훈계한 교사는 제자에게 폭행당하고 … 5초 엎드려 시킨 교사는 교육청서 징계당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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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파주서 고3 “법대로 해” 대들어…경기교육청 “교권 침해 아니다”

경기도 파주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던 학생들을 나무라던 교사가 한 학생에게 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교사를 폭행한 학생에게 등교정지 처분만 내렸고, 감독 관청인 경기도 교육청은 “적절한 조치”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20일 경기도 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10시쯤 파주시 K고교의 이모(46) 교사는 학교 건물 뒤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모(18)군 등 학생 4명을 발견했다. 이 교사는 건물 벽에다 소변까지 보고 있던 이군에게 “누가 여기에다 소변을 보라 그랬어”라고 훈계를 했다. 그러나 이군은 이 교사 쪽으로 다가와 “법대로 해”라고 외쳤고, 이 교사의 가슴을 두 차례 쳤다. 이군 등은 때마침 학교 관계자가 나타나자 급히 자리를 피했다.

 학교 측은 이 같은 소문이 퍼지자 지난 13일 교사 7명으로 구성된 ‘선도위원회’를 열어 이군에게 등교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군의 부모에겐 전학을 권고했다. 또 담배를 피운 학생 3명에게는 벌점을 부과하고 교내 봉사활동을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 소속 일부 학부모가 이군에 대해 “퇴학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학교 측은 이 사건을 경기도 교육청에 10일간 보고하지 않은 채 쉬쉬해 왔다.

20일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교육청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런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학생의 장래를 고려해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의 다른 교사는 “학생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교권도 중요하다”며 “교사를 폭행하고도 관대한 처벌만 받는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경기도 교육청 정상영 부대변인은 “이번 일이 학생 개인의 문제일 뿐 교권 침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퇴학 처분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고3 학생인 점을 감안할 때 학교 측의 처분은 적절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사건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무너진 교권을 안타까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학교 울타리 안에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다른 네티즌도 “선진국에선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고 체벌도 안 하지만 동시에 교권도 강력하다”며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는 만큼 교권도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전익진·유길용 기자

교총 “교사 훈육 열정 꺾어”…반발 경기교육청 “뺨도 때렸다더라”

수업시간에 휴대전화 통화를 한 학생에 엎드려 뻗치기를 시킨 전모(33) 교사가 ‘불문 경고’라는 징계를 당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사자인 전 교사는 경기도 교육청의 징계에 반발해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했고, 한국교총도 징계가 과도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사건은 지난 3월 30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의 한 고등학교 1학년 2반 교실에서 일어났다. 전 교사는 수업시간 중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한 조모(16)군을 제지했다. 그는 이 전화가 같은 반 이모(16)군이 다른 반 친구에게서 빼앗은 사실까지 알게 됐다. 전 교사는 수업 후 조군과 이군을 학생인권부 휴게실로 데려가 훈계를 했다. 그러나 두 학생의 태도가 나빠 엎드려 뻗치기를 4∼5초 시키고 손으로 볼을 잡고 흔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 교육청의 설명은 다르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은 조사 과정에서 ‘전 교사가 엎드려 뻗치기를 시키고 일어나게 한 뒤 뒤통수를 때렸고 잠시 후 멱살을 잡고 뺨을 한 대씩 때렸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전 교사는 직접 체벌을 했다는 부분은 부인하고 있다.

 문제는 교과부와 경기도 교육청이 허용하는 체벌 수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진보 성향의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지난 3월부터 직접 체벌은 물론이고 엎드려 뻗치기나 운동장 돌기 같은 간접 체벌도 금지하는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교과부는 직접 체벌이 아닌 운동장 돌기 같은 간접 체벌은 허용하고 있다. <표 참조>


 교사의 정당한 훈육권을 주장하고 있는 한국교총은 최근 성명을 내고 “전 교사를 징계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무너뜨리고 교사의 열정을 꺾는 부당한 행위”라며 “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을 지켜본 뒤 법적 대응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엔 이번 징계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생에 대한 징계와 훈육은 선생님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학생들의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가만 놔두게 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정영진·최모란 기자

◆불문(不問)경고=경고 자체를 불문에 부치겠다는 뜻이지만 불이익을 받는다. 1년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 인사기록 카드에서 말소되지만 성과급 대상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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