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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 없는 전셋값에 3대 악재까지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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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거침 없다. 올 들어 잇따라 나온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달 들어 상승 기간과 상승폭에서 이전 기록을 깼다.

문제는 앞으로 더 심해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전세시장에 상승세를 부채질할 요인들만 두드러지고 진정시킬 요인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이달 들어서도 계속 오르며 2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9년 3월부터다. 수도권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줄곧 올랐다.

이는 국민은행이 주택시장 동향을 조사하기 시작한 1986년 이후 상승세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것이다. 이전에 가장 길었던 때는 2005년 2월~2007년 4월 27개월이다.

이번 상승기 동안 전셋값은 전국과 지방에서 각각 25%와 23.7% 뛰었는데 2005년 2월~2007년 4월은 각각 15.6%와 23.2%였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고

전통적으로 비수기로 꼽히는 6월 들어서도 벌써 수도권 전셋값이 0.4% 오르며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7.8% 상승했다. 지난해 1년간의 상승률(7.2%)를 넘어섰고 전셋값이 한해 20% 가량 폭등한 2001~2002년 이후 가장 거센 상반기 상승세다.

이 같은 오름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전셋집 공급 감소다. 올 하반기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년보다 40% 가량 줄어든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전국 입주 물량은 6개월 평균 14만9000여가구다. 올 하반기엔 9만9000여가구로 평균보다 5만가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택도 많이 사라진다. 올 하반기 착공을 위해 철거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개발·재건축 구역이 서울에서만 30곳 2만2000가구 정도다.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센스공인 강희구 사장은 “1400여가구의 대치동 청실아파트 이주가 시작되면서 주변 아파트 전셋값이 한 달새 3000만~5000만원 뛰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도 불안 부채질

금리 상승도 전세시장을 불안하게 한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 부담으로 주택구입 수요가 더욱 움츠러들고 전세수요가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다 이전 전셋값 급등에 대한 ‘학습효과’와 여·야의 전·월세상한제 추진이 전세 선점수요를 키우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나래공인 김무숙 사장은 “이전에는 수요자들이 대개 전셋집에 들어가기 한두달 전에 집을 구했는데 요즘은 서너달 전부터 미리 알아보러 다닌다”고 말했다. 목동 일대 전셋값도 한달새 3000만원 가량 올랐다. 전세시장에 계절적인 비수기가 없어진 셈이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요즘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들 중에는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셋값이 더 오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ㆍ월세 상한제 역풍

전문가들은 주택공급량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전세수요를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선임연구위원은 “매매시장 활성화로 전세수요의 일부를 매매수요로 돌려 병목현상을 보이는 전세시장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나온 정부 대책의 신속한 시행도 필요하다. 건국대 심교언 교수(부동산학과)는 “정부에서 추진키로 한 민간임대사업 활성화와 주택공급 교란을 낳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전세시장에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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