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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아파치 헬기 구매 계획 세우고 ‘중고 헬기 값’ 책정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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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외에도 다른 문제가 있다. 방사청 자료에 따르면 우선 글로벌 호크 구매 과정에서 미 정부는 2009년 9월 한 번만 한국에 가격 자료를 제공하는 횡포를 부렸다. HUAV 구입은 FMS 방식으로 가격 협상은 미 정부가 직접 담당하기 때문에 제작사인 노스럽 그루먼사도 관여하지 못한다. 구매자인 방사청은 이에 대응해 미국에 지속적으로 자료를 공식 요청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 지상 18㎞ 이상 고도에서 24시간 이상 작전 비행하며 200㎞ 이상 떨어진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한다. [중앙포토]

방사청은 또 송 의원에 제공한 보고에서 ‘HUAV 최초 사업분석 시 총사업비는 3263억원’이라며 국회에 제출된 2006·2008년의 총사업비 1870억원과는 다른 금액을 보고했다. 최초사업비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아래의 반론을 보내왔다.

<반론 전문>
“고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HUAV) 사업은 2003년에 소요가 결정돼 추진하고 있다. 2009년 미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가격자료를 최초로 받았으며 2011년 현재 예산은 미 정부의 공식적인 가격자료를 기준으로 편성된 것이다. 2009년 이후 판매가격 변경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통보를 받은 바 없다.”
방사청 반론은 최첨단 무기 구입 사업을 하면서 2003~2011년 9년 기간 동안 미국이 단 한 차례 제공한 가격 정보에 모든 것을 의지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03~2008년 6년간 책정된 1870억원 예산은 아무런 근거도 없고 근거를 만들기 위한 조사도 없었으며 공개된 자료도 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방사청은 초기예산 1870억원과 송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의 ‘최초 분석 사업비 3263억원’의 관계는 설명하지 않았다.

글로벌 호크는 지상 18㎞ 이상 고도에서 24시간 이상 작전 비행하며 레이더와 적외선 영상 탐지 장비로 200㎞ 이상 떨어진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한다. 무인기로 작전 반경은 3000㎞. 북한 내부 깊숙이 24시간 감시하며 군사 움직임을 조기 파악해 기습에 대비할 수 있다. 블록-30 모델은 후쿠시마 핵사고에 투입돼 열영상 정보를 수집했고 리비아의 정찰 임무에도 투입됐다.

그러나 ‘칭송의 그늘’에서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최근엔 미 국방부의 운영시험평가국장이 글로벌 호크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호크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정보·감시·정찰(ISR)’ 임무를 수행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말한 것으로 블룸버그 통신은 6월 6일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10~12월 총 3대의 RQ-4B 글로벌 호크 블록 30형을 일주일 2~3회 정도 출격시켜 운용한 결과 임무의 40% 정도만 수행했다. 부품 고장 등으로 임무 수행이 중단되는 등의 사례가 늘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선 국방부와 군 관계자들 사이에 HUAV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개발 중인 중고도 정찰기 사업과 HUAV 사업이 일부 겹치므로 중고도 사업을 포기하자”고 한다. 중고도 무인기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탐지 장비의 성능과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다른 편에서는 글로벌 호크의 성능은 뛰어나지만 가격이 너무 높고 운용 유지에 문제가 예상되므로 포기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내세운다.

훈련 중인 아파치 헬기. [중앙포토]

◆대형 공격헬기 사업=육군은 1990년대부터 ‘작전계획 5027’ 수행을 위해 아파치급 대형 공격헬기 도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반영되지 않다가 주한 미군 아파치 대대의 잇따른 철수가 계기가 돼 중기 계획으로 미군의 중고 아파치 36대 도입 계획이 생겼고 예산 1조800억원이 책정됐다. 김무성 의원은 2008년 국감 당시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분석을 인용, “아파치 헬기의 가격이 대당 300억원”이라고 공개했다.

그러다 중고 아파치 도입에 따른 각종 문제 때문에 2011년 4월 신형 아파치 헬기 블록 III 36대 구입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중앙sunday 4월 10일자> 송영선 의원은 “예산도 1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의 아파치 3개 대대 72대는 서해안의 북한 특수부대에 대한 대응 등 핵심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현재 48대는 미 본토나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했고 24대만 남아 있고 2013년까지는 최종 철수된다. 또 2015년 작전권도 환원돼 육군은 2013년까지 신형 아파치 2개 대대 배치를 추진한 것이다. ‘국방개혁307 계획’의 73개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되는 ‘북한의 비정규전 위협에 대한 대응’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예산으론 ‘반쪽 전력 HUAV’처럼 ‘고물 아파치 대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만은 6월 10일 신형 아파치블록-III 30대를 구입한 것으로 발표됐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에 따르면 구입 가격은 25억 달러(2조7000억원)다.

아랍에미리트는 2008년 36대를 구입했는데 구입 가격은 30억 달러(3조3000억원)였다. 대당 900억원 꼴이다. 한국의 1조8000억원 예산으로 36대를 구입하려면 대당 500억원의 저가 아파치 헬기를 사거나 구매 수량을 반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500억원대 아파치급 공격헬기는 없다. 1개 대대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대북 방어가 취약해진다. 한 무기 전문가는 “처음부터 낮은 규모의 예산으로 사업을 정해놓고 버티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계산하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며 “방사청 내에 전문가가 없어 정밀한 예산 산정을 못하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아래의 반론을 보내왔다.

<반론 전문>
“비용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미 정부의 대외무기판매정책에 따라 대상 국가, 무기 체계, 시기별로 계약금액이 다르고 ▶구매국가별 계약 품목(부수 장비와 전력화 지원요소 등)이 달라 비용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국가별 세부적인 판매 조건 및 이유는 공개하지 않는다. (한국의) 예산은 대상 기종의 평균가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 중 신형 아파치 가격은 미 정부에서 한국에 제안한 FMS(해외군사판매) 판매 조건에 따른 공식 가격으로, 2012년도 미 국방부의 아파치 B-Ⅲ 매입가격(대당 359억원, 2012년 미 의회보고서)에 FMS 행정비용을 추가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359억원은 블록-III의 기본 기체에 대한 공장도 가격이며 여기에 무장과 군수·훈련 같은 각종 지원 체제가 추가되면 가격은 치솟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가 비용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359억원은 중고급 가격인데 방사청은 ‘이 돈으로 새 아파치 헬기를 구매할 수 있다’고 하는 셈이다. 현실을 도외시하고 ‘우물 안 가격’만 고집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안성규 기자, 김병기 객원기자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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