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북 전투기 오인 K-2 99발 사격…당국선 “정상항로 운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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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호 10면

해병대 초병들이 중국 청두(成都)를 출발해 인천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 여객기를 북한 전투기로 오인해 99발의 총격을 가했다.

17일 새벽 강화도 상공서 총격 받은 아시아나 여객기

해병대의 한 관계자는 “17일 오전 4시쯤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 남쪽 해안에서 경계를 서던 해병 2사단 5연대 소속 초병들이 남쪽 주문도 상공을 비행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향해 K-2 소총으로 10분간 대공 경계사격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초병 두 명은 공포탄 2발 등 99발을 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당시 여객기는 K-2 소총의 유효 사거리인 500∼600m보다 더 높은 상공에서 비행하던 중이어서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병들이 평소 주문도 쪽에서 못 보던 비행기가 나타나자 북한 전투기로 오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초병들이 사용한 K-2 소총은 M-16 소총을 대체하기 위해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것으로 최대 사거리는 3300m다.

이 여객기는 중국 청두에서 승객 110명과 승무원 등 119명을 태우고 출발했으며, 사격 당시 인천공항 착륙을 위해 고도를 5000피트(약 1500m)로 낮춘 상태였다. 해병대 측은 “초병들의 진술을 확인한 결과 여객기가 정상 항로보다 북쪽으로 비행해 북한 공군기로 오인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공 당국과 아시아나측에서는 ‘해당 여객기가 정상 항로로 운항 중이었다’고 밝혀 해병대의 과잉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민간항공기 안전운항을 관장하는 서울지방항공청 이승호 청장은 “해당 여객기는 정상 항로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확인했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여러모로 확인한 결과 여객기가 항로를 이탈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초병들이 왜 그런 대응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교동도 초소와 비행기 간에 거리가 워낙 떨어져 있어 승무원과 승객 모두 총격 사실을 몰랐다”고 덧붙였다.

초병들은 사격 후 5~10분 뒤 상부에 이를 보고했고 전·후방 상황전파 체계인 고속지령대를 통해 해당 사단과 해병대 사령부, 합참 등에 동시에 전파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은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를 통해 오전 4시25분쯤 해당 항공기가 민간 여객기라는 사실을 파악했으며 15분 뒤 아시아나항공 측에 관련 사실을 설명했다. 다행히 이 여객기는 오전 4시42분쯤 안전하게 착륙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경계 태세가 강화되고, 최근 북한의 추가 군사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돌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초병들에게 민항기 식별 교육을 강화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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