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내릴 수 있다] 하버드대, 등록금 12개월 나눠서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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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 기업 인턴을 위해 한국에 와 있는 하버드대 권보경(23·사회학과 3학년)씨는 지난해 학비(5588만원)를 12개월 분납했다. 권씨는 “1년 학비를 12개월로 나눠 입금하는 방식(monthly payment plan)을 선택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았다”고 말했다. 분납에 따른 비용은 매달 3만8500원의 분납수수료뿐이다.

 1년 학비만 보면 하버드대는 한국 주요 사립대에 비해 세 배 이상 비싸다. 하지만 12개월 분납 허용, 부모의 소득을 기준으로 한 등록금 면제, 장학금 지급, 다양한 아르바이트 자리 제공 등으로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사정은 어떤가. 4년제 대학 202곳 중 90%(182곳)가 등록금 분할 납부를 허용하지만 대부분이 2~3회 분할에 그친다. 더구나 156개 대학은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학내 아르바이트 자리도 많지 않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의 홈페이지에는 생활정보 게시판이 있지만 학교 측이 제공하는 정보는 별로 없다. 학생들이 서로 알바 정보를 교류하는데 ‘과외 구함’ 등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등록금을 구할 길이 꽉 막혀 있기 때문에 “학비가 비싸 학교 못 다니겠다”는 말이 나온다.

 반면 하버드대의 사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엇보다 하버드대는 학부모 소득이 연 6만 달러(약 6600만원) 미만이면 등록금이 면제다. 권씨는 그 조건이 안 돼 등록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권씨는 “학비가 비싸 학교 못 다니겠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틈틈이 일을 해 학비를 벌 수 있는 일거리가 교내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2학년 때는 입학사정관실에서 서류 정리 아르바이트(시간당 1만1000원)를 했고, 교내 스낵 바에서 야간(오전 1~5시) 도우미(시간당 1만5400원) 일도 해봤다. 실제로 하버드대 학생고용처 사이트(seo.harvard.edu)에 접속하면 학교 측이 구축한 ‘일자리 데이터베이스’가 있어 학생들이 수백 개의 교내 일자리를 검색할 수 있다. 도서관 사서는 시간당 7700원, 강의 카메라 촬영은 시간당 7700~1만1100원 등으로 적혀 있다.

특별취재팀=강홍준(팀장)·김성탁·박수련·윤석만·강신후·김민상 기자

하버드대와 국내 SKY대 비교

▶ 하버드대

- 12개월 분납
- 수업료·보험료·학생 건강비 등 세분화

▶ SKY대

- 연 4회 분납(서울대) 연 8회 분납(고려대·연세대)
- 수업료·학생회비 등 항목 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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