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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에도 스마트폰과 SNS쓰는 정황 확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증샷’ 을 올린 스포츠 트래커 사용자

지난해 8월 북한에서 노키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한 ‘신호’가 잡혔다. GPS 기반의 ‘스포츠 트래커’ 앱을 통해 북한의 한 사용자가 해변 인근에서 조깅한 흔적이 공개됐다. 사용자는 아이디 ‘huyquynh’을 쓰고 있었으며 소개란에는 한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 사진을 올렸다. 그는 서해안의 한 해변으로 추정되는 곳의 풍경 사진을 ‘인증샷’으로 올렸다.

전세계 각국의 인터넷 접속 로그를 분석하는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북한에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노키아폰과 애플사의 아이폰, 아이팟터치 등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 흔적이 포착됐다. 또 위치기반서비스 포스퀘어가 발표한 2010년 이용자 현황에는 북한 내 장소에서 스마트 기기로 ‘체크 인’을 한 사용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특히 북한에선 전혀 포착되지 않던 트위터가 올해 5월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에서 스마트폰과 같은 각종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고, SNS를 활용하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누가 스마트 기기를 쓰는지, SNS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는 않았다. 북한의 내부 통제정도를 볼 때 일반인이 사용하기는 힘들다는 분석. 이 때문에 최고위급 관계자나 대외 무역일꾼 등이 국제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정보 수집용으로 쓰거나 대남공작용으로 이용되고 있을 가능성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스마트 기기나 SNS를 사용하는 데 기술적인 문제는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마트폰 접속 기록에 포착된 북한=스탯카운터는 사용자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사용 유무로 어떤 스마트기기를 쓰는지만 표기했다. 운영체제 기준으로 심비안OS(노키아)의 경우 1~4월엔 사용 수치 0%이었지만 5월엔 100%를 기록했다. 반대로 iOS(아이폰, 아이팟터치)의 경우 1~3월엔 100%였지만 4~5월엔 0%를 기록했다. 북한 당국이 노키아 스마트폰이나 애플의 스마트 기기를 돌아가며 테스트했을 수 있다. 모바일 vs PC 기준으로는 올해 1월부터 0%였지만 3월엔 1.65%를 기록했다. 이는 북한 내 전체 인터넷 접속자 중 1.65%가 스마트폰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스탯카운터 관계자는 국내 한 언론에 "북한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한 결과 6월 4일 북한에서 애플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을 탐지했다"며 "아이폰과 iOS 사용을 확실히 확인했지만 아이폰4인지 3GS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5월 23일엔 노키아 스마트폰 사용이 감지됐고 올해 1~3월엔 아이팟터치를 통한 인터넷 접속이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실은 스탯카운터의 기록에도 그대로 나타난다.<스탯카운터 그래픽 참조>

◇SNS도 쓰면서 방법도 다변화=스탯카운터에 따르면 북한의 SNS는 페이스북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11월에는 디그(Digg), 올해 1월에는 나우 퍼블릭(NowPublic)과 믹스(Mixx)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후 이들 3개의 SNS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5월들어 북한에서 트위터와 유튜브가 뜨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100%를 오르락 내리락하던 페이스북 사용량이 5월들어 78.95%로 떨어지고, 대신 트위터가 10.53%, 유튜브가 5.26%를 기록했다.

유튜브의 경우 대부분 독일과 같은 외국에 있는 북한 추종세력이 조선중앙방송과 같은 영상을 올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5월부터는 북한에서 직접 올리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트위터도 중국에 원정보낸 해커부대가 아니라 북한 내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가능 지역 늘어나=북한은 사이버 전력을 키우기 위해 1990년대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광명’을 비롯해 4개의 인트라넷을 구축해 평양의 인민무력부 등 핵심 지역에 설치했다. 이를 시작으로 최근엔 각 군단과 훈련소 지휘부까지 연결되는 초고속 전용선을 매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보 단계이긴 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도 만들어졌다.

북한은 2008년 이집트 오라스콤을 통해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시작했다. 제한적이지만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환경은 조성돼 있다는 얘기다.

휴대전화 서비스 지역은 평양을 포함한 12개 주요 도시와 42개 소도시 등으로 확대됐다. 2010년엔 음성ㆍ문자ㆍ영상 서비스가 시작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황성진 북한방송통신연구센터장은 “인터넷 기반과 3G망의 인프라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SNS, 대남공작용에 무게=최근 중국 사이트에 올라온 평양 한 휴대폰 매장의 사진엔 스마트폰은 보이지 않았다. 휴대폰을 쓰려면 북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사용하지 못한다. 조선중앙통신이 올해 초 ‘미국의 골칫거리 스마트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수감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마약과 무기를 감옥에 밀반입하는 등 바깥세상에서와 같이 활개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은 아예 사용할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경고다.

반대로 북한의 고위급 간부들과 자제, 군당국 핵심 인력들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열린방송 하태경 대표는 “고위층에선 중국 등을 통해 유입된 스마트 기기들을 당국의 승인을 받아 쓰고 있다”며 “북중 국경 지역에서 정보 수집용으로 유용하게 쓸 것”이라고 말했다. 노키아 스마트폰 등은 오라스콤을 통해 일부 유입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이윤걸 대표는 “스마트 기기의 연구를 위해 해커부대 등에서 실험용으로 인터넷을 접속해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스마트 기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이집트나 리비아와 같은 혁명이 일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다. 북한에선 스마트 기기가 정보 취득이 아닌 김정일 정권의 체제 유지용으로 보급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성욱 소장은 “북한에서 쓰이는 스마트 기기는 사이버전쟁의 무기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남공작을 위한 시험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내년 대선과 총선을 겨냥한 TF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TF팀에는 해커부대가 포함돼 있다. 특히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SNS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은ㆍ심영규 기자 j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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