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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유소연 “완벽주의 사로잡힌 ‘나’를 풀어주니 … 슬럼프서 저절로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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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유소연이 18개월 만에 KLPGA 투어의 새로운 강자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지난 12일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통산 7승째를 거둔 뒤 “내 골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 같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제주 KLPGA=박준석 기자]


“아직 우승했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아요. 이번 우승이 ‘유소연 골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봐요.”

유소연(21·한화). 그는 지난 12일 제주 스카이힐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2009년 12월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 이후 KLPGA투어에서 1년 6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다. 선두에 4타 뒤진 상황에서 대회 마지막 날 8타(버디 9, 보기 1개)를 줄인 끝에 합계 14언더파로 1타 차 역전 우승을 거뒀다. 통산 7승째. 우승상금 1억원이 덤으로 따라왔다.

“우승한 날 밤에 잠이 오지 않더군요. 밤늦게까지 감정이 북받쳐서 잠을 설쳤어요. 2009년 12월 우승을 차지한 뒤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몰라요.”

우승한 다음날인 13일 오후 6시. 17일 제주 엘리시안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하기 위해 제주에 머물고 있던 유소연은 전화 인터뷰에서 “그렇게 애태우던 우승을 막상 하고 나니 더 차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를 이렇게 담담하게 만든 이유는 뭘까.

2009년 유소연은 거침없는 질주를 했다. 그해 3주 연속 우승을 포함해 4승을 했다. 서희경이 5승을 하며 상금왕을 가져갔지만 유소연은 5억9700만원으로 KLPGA 투어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그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까지 우승하면서 유소연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러나 막상 2010년 들어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는 없어요. 있다면 LPGA 투어를 경험하기 위해 두 차례(US여자오픈, 에비앙 마스터스) 무리한 스케줄을 짰다는 것이고, 작은 스윙의 변화뿐이었죠. 지난해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를 했는데 ‘작은 실수’에 스스로 만족감이 떨어진 것 같아요.”

-자신에게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인가. 작은 실수란 어떤 것인가.

“욕심(완벽성)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죠. 완벽주의자라고 할까요. 스스로 옥죄는 스타일이죠. 피곤하게 사는 것 같아요(웃음). 예를 들어 80㎝ 거리의 퍼팅을 놓칠 수도 있잖아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데 제 자신을 의심하죠. ‘다음에 또 이러면 어떡하지’ 하며 미리 걱정을 해요. 골프를 할 때 가장 좋은 처방전은 믿음인데 말이죠.”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마지막 날 9개의 버디를 했는데 두 홀에 하나꼴로 버디를 한 셈이다. 이런 날의 골프는 어떤 골프인가.

“하하, 한마디로 말하자면 못 말리는 골프(crazy golf)죠. 몇 차례 이런 경험이 있어요. 하나의 공통점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플레이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 현재 해야 할 샷과 그 홀만 생각하게 돼요. 아주 ‘단순한 생각’이 경기를 지배하죠.”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정말 골이 깊은 산 하나를 이제 갓 넘은 것 같아요. 다음 산을 넘는 데 큰 지혜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마음의 짐도 내려놓게 된 거죠.”

올해 창단한 한화 프로골프구단의 창단 멤버로서 맨 처음 첫 승을 소속사에 선물했다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골프를 통해 얻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골프는 자연인 유소연에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줘요. 윗분들과 대화하는 방법과 다른 동료들과 소통하는 법,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분들의 생각을 공유하죠. 책에서 배울 수 없는 많은 것을 생생하게 터득할 수 있는 현장학습장 같아요.”

-어떤 프로골퍼가 되고 싶은가요.

“대선배인 최경주 프로처럼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죠. 나중에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받은 최고의 선물은.

“2009년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날 65타를 치며 우승했어요. 그때 S-OIL 사장님께서 65타를 치며 우승했다고 편지와 함께 ‘1865’ 와인을 선물로 주셨어요. 어떤 특별한 날에 사용하라고요.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잖아요. 올해 남은 하이트컵이나 KB국민은행 스타투어에서 우승하면 이 와인으로 축배를 들고 싶어요.”

-올해 목표는.

“KLPGA 대상이죠. 그렇게 되면 상금왕·다승왕은 자연히 따라오겠죠.”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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