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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추억의 포크기타 정겨운 울림

중앙일보

입력

조동진과 '시인과 촌장'. 삶의 무게를 담아낸 나즈막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던 음유시인들이다. 10~20대들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나이 서른을 넘긴 이들에게는 추억이 담긴 옛날 일기장처럼 애틋하고 정겹게 다가오는 이름들이다.

그들이 새로운 앨범과 콘서트 무대를 통해 우리 곁으로 돌아 온다. 이들이 갖는 오랫만의 무대는 어쿠스틱 기타가 자아내는 질박한 울림이 그리웠던 포크 팬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조동진

조동진의 음악행보는 '침묵의 정진'으로 요약되기도 한다. 그가 음악을 시작한 지 32년. 지금까지 낸 앨범이 모두 5장이니 음반 한 장 내는데 평균 6년이 걸린 셈이다.

거친 상업주의의 물결에 가요가 휘말리는 것에도 그는 아랑곳없이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노래들을 고집해 왔다. 1968년 '다시 부르는 노래'(노래 이수만·서유석)로 데뷔, '작은 배' '행복한 사람' 부터 '제비꽃' '넌 어디서 와' 등 서정성이 짙은 곡들을 불러왔다.

오는 23~27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갖는 이번 무대는 96년 5월 예술의전당 공연에 이은 4년만의 무대. 자신의 베스트 음반 〈토털 리콜〉 발매를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종종 '베스트 음반'이 가수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발매되는 것과는 달리 이번 음반엔 그의 데뷔곡 '다시 부르는 노래'를 비롯 '겨울비' '흰눈이 하얗게' '진눈깨비' 등 그 자신이 직접 고른 30곡이 실릴 예정이다. 공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30~50대 팬들의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

□ 시인과 촌장

시인과 촌장의 음악은 파스텔화나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같다. 꾸미지 않은 하덕규의 여린 목소리, 안정감 있는 함춘호의 기타 연주 솜씨는 소박하고 맑은 감성을 통해 시로 승화된 노래들을 들려 준다.

3월 초에 선보일 앨범 〈더 브릿지(다리)〉는 1986년 '푸른 돛' 이래 '시인과 촌장'이란 이름으로 선보이는 세번째 음반. 98년 그들이 한 번 재결합 콘서트를 가진 것을 제외하곤 하덕규는 솔로와 CCM 싱어송 라이터로, 함춘호는 기타 세션맨과 편곡자로서 각기 활동해왔다.

이번 음반엔 현재 리메이크곡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시나무'의 속곡인 '가시나무2'가 실렸다.

'고통은 어디서 오느냐고 내 안의 고통에게 물었지'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과거 '가시나무'에 담긴 자조적 성찰을 넘어서 고통을 사랑의 또다른 이름으로 포용하겠다는 보다 성숙한 인생관이 묻어 난다.

어쿠스틱 포크 음악의 요소를 간직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강한 록적인 요소를 과감하게 더한 것도 이번 음반의 또다른 특징. 봅 딜런과 짐 크로치 등의 뮤지션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묻는 '미스터 딜런'과 '타임 인 어 보틀', '이제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맑은 물을 찾아서 쉬고 있겠구나'라며 몇년전 숨진 전 들국화 멤버 허성욱을 추모한 '성욱이' 등의 노래들이 담긴다.

"사람과 사람사이, 사람과 자연, 그리고 그 사람의 내면의 분열로 생긴 상처를 어루만지고 싶은 소망을 이번 음반에 담았다"고 말하는 하덕규씨.

'가시나무' 리메이크 붐에 대해선 "세상에 던져진 노래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덧붙인다.

콘서트는 6~1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3676-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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