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옮겨 지역경제에 힘, 역시 공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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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대전시 유성구 봉산동 한국가스기술공사 옆 휴식공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 휴식공간은 한국가스기술공사가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유성구 봉산동에 있는 한국가스기술공사 재무계약팀에 근무하는 전승수(30)씨. 그는 올해 4월 11일 입사해 2개월째 일하고 있다. 전씨는 “대학시절 취직이 힘들다고 생각했던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게 꿈만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올해 처음 도입한 ‘지역 인재 할당제’ 덕분에 입사할 수 있었다. 전씨는 2008년 2월 천안 단국대캠퍼스 법학과를 나와 사기업에 다녔다. 그러다가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신입사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저 없이 지원했다. 그는 “정년이 보장된 공기업은 젊은이면 누구나 일하고 싶은 직장”이라며 흐뭇해 했다. 이 회사는 4월 선발한 신입사원 32명 가운데 9명을 대전·충남지역 대학 출신자로 채웠다. 한밭대·충남대·단국대 출신이 합격했다.

한국가스기술공사 김칠환 사장.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지난해 12월 16일 본사를 서울에서 대전으로 옮겼다. 이전 과정에서부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실천해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지방이전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공기업(157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김사장은 이에 대해 “전국에 있는 천연가스 설비관리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토의 중심인 대전에 본사를 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공기업이 솔선수범할 필요성도 느꼈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1993년 설립된 천연가스 설비 전문 공기업이다. 현재 전국에 11개 지사와 1개 정비 사무소를 두고 있다. 연간 예산은 1400억 원이다.

 공사는 대전 신사옥 건물도 지난해 2월 폐교한 보덕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1만5618㎡의 터에 본관 동(4층) 등 3개 건물이 있다. 공사 측은 폐교 리모델링에 60억 원을 들였다. 냉난방시설을 설치하고 세미나실·체력단련실 등을 설치했다. 회사 한쪽에는 1억2000만원을 들여 660㎡ 규모의 휴식공간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리모델링에 필요한 자재는 모두 지역 업체에서 구입했다. 김사장은 “부지 매입비 200억 원을 포함해도 새로 사옥을 지어 입주하는 것에 비해 예산을 400억원 이상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구내식당을 만들지 않았다. 대전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 300여 명은 회사 근처 식당을 이용한다. 이 회사 총무관리팀 장우익 차장은 “회사가 입주하고 나서 인근 음식점 수가 20%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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