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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00명 기업, 비싼 PC 100대 안 사도돼 … 안경·반지도 단말기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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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상점 점원이 IBM 클라우드 시스템에 연결된 넷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LG CNS 직원들의 책상에는 고사양 PC 대신 값싼 미니컴퓨터 ‘넷북’이 놓여 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만큼 대용량 데이터를 다뤄야 할 때가 많지만 문제는 없다. 넷북은 입력을 위한 소도구일 뿐 실제 작업은 거대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엄민영 차장은 “급하게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때도 자료를 저장장치(USB)에 담아 옮길 필요가 없다. 사내 어떤 컴퓨터에서든 각자의 작업 내용을 바로 불러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생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 핑거플라워는 창업 초기부터 KT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했다. 제품 테스트 자체도 클라우드상에서 진행했다. 자체 서버를 갖출 능력이 없는 벤처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는 가뭄 속 단비다. 적은 돈으로 대기업 못지않은 IT 자원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클라우드 컴퓨팅은 데이터 폭증 시대를 맞은 기업에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효과는 비용 절감이다. 대기업의 경우 과거엔 직원이 1000명이면 1000대의 고가·고사양 PC를 구매해야 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실제 사용량보다 훨씬 용량이 큰 서버도 마련해야 했다. 이제는 넷북이나 태블릿PC처럼 간단한 기기만 지급하면 된다. 서버 같은 하드웨어와 각종 경영 관련 소프트웨어(SW)도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에서 빌려 쓴다. 때마다 IT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고 관리하는 비용도 들지 않는다. 벤처창업가 출신인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 브렛 테일러는 BBC 인터뷰에서 “내 인생 최대 실수는 창업 당시 서버를 구매한 것”이라고 했다. 서버 최적화와 운영에 매달리느라 정작 서비스 개발은 뒷전이 됐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모바일 오피스, 스마트 워크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작업공간을 공유하는 만큼 효율적 협업이 가능하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간단한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다.

 고도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수십, 수백만 가입자의 현재 위치를 파악해 그에 꼭 맞는 광고나 서비스를 집행하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해야 한다. 자체 서버 구축보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훨씬 싸게 먹힌다. 1600만 가입자를 둔 미국의 온라인 영화마켓 넷플릭스가 핵심 서비스까지 아마존 클라우드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개인의 일상에도 크고 작은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 같은 기기는 더 작고, 얇고, 저렴해질 것이다. 구글의 크롬북이 대표적이다. 크롬북 사용자는 인터넷 연결 뒤 아이디(ID)와 비밀번호만 쳐넣으면 구글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각종 SW와 저장공간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월 사용료는 28달러에 불과하다. 자동차, 가전제품은 물론 안경, 반지 같은 것들도 인터넷 연결 기능만 탑재하면 훌륭한 디지털 기기가 될 수 있다.

특별취재팀=이나리(샌프란시스코·시애틀·뉴욕)박혜민(도쿄)·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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