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박·구리왕’ 해외 계좌 뒤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국세청이 역외 탈세범에 대한 세금 추징을 위해 해외 금융계좌를 전면 조사할 방침이다. 세금 추징을 위해 스위스·홍콩·말레이시아 등 조세피난처로 이용된 국가들의 협조를 얻어 금융계좌를 조사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탈세 의혹이 제기된 시도상선 권혁 회장, ‘카자흐스탄 구리왕’ 차용규씨 등이 최우선 조사 대상이다.

 13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조세당국은 협상 끝에 스위스와의 기존 조세조약에 금융정보 교환규정을 추가로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국세청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조세조약 개정안을 비준 동의해주면 정식으로 스위스 당국에 관련 계좌 내역을 요청할 계획이다. 나아가 국내 대기업의 정기 세무조사 등에서 해외 법인이나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스위스 계좌에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포착되면 이 또한 적극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홍콩과는 아직 조세조약을 맺고 있지 않지만 올해 들어 이미 1차 협의를 끝냈으며, 연내에 탈세 조사 목적의 정보 취득을 허용토록 하는 내용의 조세조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시도상선의 배당이 거의 없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재산을 조성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권 회장의 금융 거래 내역을 소상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국세청은 기대한다. 아울러 차씨가 카자흐스탄 구리 채굴업체인 카작무스 지분을 매각한 뒤 1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스위스·홍콩 등에 어떻게 분산시켰는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말레이시아와는 최근 조세조약을 맺으면서 조세피난처로 이용되고 있는 라부안에 국내 조세법을 적용하는 데 합의했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