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팸 여왕' 김미영 팀장 여자 아니고 남자였다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전화로 100만건이 넘는 스팸 문자를 보낸 김모(30·남)씨를 적발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남성 네티즌들의 반응이 묘하다. 김씨의 검거 소식에 허탈해하고 있다. 그동안 김씨를 여성으로 알고 스팸문자인데도 답신까지 보내는 등 깍듯이(?) 대한 남성 네티즌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씨에게는 '스팸문자의 여왕'이란 닉네임이 붙어있다. 그가 보낸 스팸문자는 항상 '김미영 팀장입니다'로 시작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12일까지 6개월 동안 120만건에 달하는 불법 스팸문자를 보냈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김씨를 여성으로 알고 스팸문자의 '대모'격으로 여겼다.

김씨가 보낸 문자는 대부와 관련된 것이다. 인천시 남구와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2곳에 사무실을 임대해 가칭 '신한캐피탈'이라는 무등록 대부중개업체를 운영했다. 그는 "고객님께서는 최저 이율로 최고 3000만원까지 30분 이내 통장입급 가능합니다"는 문자를 무차별적으로 보냈다. 그가 보낸 스팸문자량은 역대 최대 규모다. 김씨는 직원 12명을 고용해 대출을 도와주겠다고 속이거나 중개수수료를 주지 않으면 이미 승인된 대출을 취소한다고 협박해 2억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을 가리지 않고 폭탄문자를 보냈다. 일부 네티즌이 장난삼아 사랑고백을 하자 "사귀자며 전화받아" 등의 재치있는 답문을 보내기도 했다. 스팸 문자인데도 일부 네티즌들에겐 치기어린 여자친구로 받아들여질만 했다. 하지만 김씨가 남자로 밝혀지자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이제 여자가 문자 보내주는 일은 극히 드물어지겠군”“누구랑 문자를 주고받나”“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남자였다니”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김팀장은 검거됐지만 누군가 김팀장의 트위터(twitter.com/spamkim)도 만들었다. 현재 해당 트위터는 대출 광고를 올리며 대쉬하는 사람들에게 “난 쉬운 여자 아니다”“나한테 반했구나”등의 답변을 해주고 있다. 네티즌들은 “김 팀장님이 인수인계를 잘해놓고 가셨나 보네요!”라며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에 관련 소식을 퍼나르고 있다.

심영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