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 한국, 키워준 미국…참 군인의 길 가는 '장군의 손자'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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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장군이었다. 해방과 6.25전쟁 4.19의거와 5.16혁명이라는 역사적 회오리 속에서 할아버지 어깨에 달린 별은 무거웠지만 그는 위대한 별로 남았다. 미 해병대 더글라스 송(29.한국명 송승환.사진) 대위의 할아버지는 송요찬(1918~1980) 장군이다.

"나를 키워준 미국 핏속에 흐르는 조국 한국을 인정하며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는 것이 내 스스로를 찾는 일입니다."

9일 LA한인타운에서 만난 '장군의 손자' 송 대위는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이 알고 있었다. 이라크에 두 차례 파병돼 1년 가까이 최전선에서 전투에 나섰다. 그는 조부가 걸었던 군인의 길을 걸으며 두 개의 조국 한국과 미국 양국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늘 조부와 한국전 미군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집에 걸려있던 할아버지의 군복은 대한민국을 지켜낸 집안의 자부심이었어요. 그 자부심을 이어가길 원했기 때문에 군인의 길을 택했습니다."

할아버지 송요찬 장군은 한국 근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사다. 1948년 육군보병학교 초대 교장은 물론 한국전 당시 서울을 점령당하기 직전 헌병사령관을 지냈으며 이후 북한군과의 전투에서 전공을 세우며 수도사단장 제8사단장 등을 지냈다. 이후 육군참모총장 국방장관 외무부장관 내각수반 등을 지냈다.

"할아버지가 존경 받는 이유는 4.19 혁명 때 계엄사령관으로 시위대에 대한 발포를 금지시켜 자칫 희생당할 수 있었던 수많은 인명을 구했기 때문입니다. 참 군인이셨죠. 1963년에는 '군인 박정희'의 대통령 출마에 반대했다가 구속되는 등 확고한 신념으로 그 이름을 남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송 대위가 조부의 모습을 쫓는 것은 사실 그가 태어나기 전 이미 결정됐는지도 모른다. 이름 더글라스는 송 장군의 친구이자 인천상륙작전의 영웅인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에게서 따왔다. (그는 이름에 대단한 자부심을 보였다. 역시 군인이었던 아버지 송용복씨가 지었다고 했다)

1981년 LA에서 태어난 송씨는 2004년 다니던 포모나 소재 캘스테이트 폴리테크 대학의 해병대 장교배출프로그램인 OCS를 통해 군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군인이 되면 미국의 동맹인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생각은 곧 결실을 맺었다.

2008년 송 대위는 주한미군 근무를 신청했고 2년 6개월간 핏속의 고향 한국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할아버지가 지킨 산하에서 근무를 하니까 핏속에 애국심이 끓었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빠른 시간에 놀라운 성장을 이룬 조국의 모습은 내게 또 한 번의 자부심이 됐습니다."

송 대위는 최근 미 국방부가 '한국전 60주년 기념 참전용사 보은행사위원회(이하 KW60)'를 조직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자원했다. KW60의 한국전 60주년 기념 보은행사는 오는 8월 25일 LA에서 열린다.

"제 신념은 간단합니다. 할아버지를 위해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이 나라 미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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