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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핵심 국·과장 '벤처행' 이직 행렬

중앙일보

입력

정보통신부 요직을 담당했던 국.과장이 "벤처로 가겠다" 며 며칠새 잇따라 사표를 냈다.

연초까지 정보통신정책국장으로 재직하며 국민PC(일명 인터넷PC) 보급을 주도했던 공종렬(44)국제협력관은 17일 인터넷 벤처기업을 창업해 실물경제에 뛰어들겠다며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공국장은 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정통부(옛 체신부.행시 22회)에서 공직을 시작한 엘리트 관료. 주변에선 ''장관감'' 으로 불릴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바야흐로 벤처 혁명이 공직사회까지 흔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 공무원 벤처행 러시

정통부에서는 공국장에 앞서 지난 11일 강문석(43)전 지식정보과장이 삼보컴퓨터 계열 인터넷 업체 사장으로 옮겼다.

강사장은 지난해 공국장과 함께 인터넷PC정책을 세웠던 인물.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행시 28회. 현 정권 들어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중소벤처정책을 입안하는 산업자원부.중기청에도 벤처 이직바람이 거세다.

구본용(50)전 산자부 산업기술국장은 지난해말 인터넷 광고대행사인 ''온 앤드 오프'' 를 설립, 회장직을 맡으며 늦깎이 벤처창업에 나섰다. 산업기술정책과 문선목(37)서기관도 최근 이 회사 상무로 옮겼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중기청 중소기업정책국장을 지냈던 이홍규(48)전 산자부 이사관이 명예퇴직을 하고 메디슨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 흔들리는 공직사회

공무원의 ''벤처행 러시'' 에 공직사회는 ''가로막을 수 없는 대세'' 로 인정하면서도 착잡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통부의 한 공무원은 "국가정책에서 점점 더 민간 부문의 비중이 커지는 데 반해 공직생활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접받고 정체해 있다는 점에 대한 회의 때문이 아니겠느냐" 고 반문했다.

공종렬 국장은 "일할 수 있을 때 과감히 벤처업계에 뛰어드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며 "공직사회도 파격적인 성과급 등 민간 경영 방식을 받아들여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업체인 인터파크의 유종리 사장은 "고위 공무원이 벤처업계로 갈 경우 정부와 중소기업간의 연결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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