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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넘는 수퍼부자들은 주식·랩어카운트·펀드에 분산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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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부자도 여러 부류다. 수십억원을 들고 여유 있게 사는 한계적 부자, 풍족한 생활을 하며 여윳돈이 100억원 남짓인 상대적 부자,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세는 것조차 쉽지 않게 많은 돈을 지닌 절대적 부자(재산 1000억원 이상). ‘수퍼리치’도 있다. 금융회사에서 금융자산이 100억원 넘는 부자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요즘 수퍼리치는 어떻게 돈을 굴리고 있을까.

수퍼리치 고객의 자산만 관리하는 삼성증권 초고액자산가(UHNW)사업부의 이재경(44·사진) 상무는 “요즘엔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푸념하는 부자가 많다”고 전했다. 투자시장은 이른바 ‘3불(不) 시대’다. 부동산은 불안(不安)하고, 저축은행은 믿을 수 없고(不信), 은행 예금은 불만(不滿)스럽다. 이 상무를 9일 만나 부자의 투자법을 들었다. 그가 이끄는 UHNW사업부가 관리하는 수퍼리치 1500여 명의 자산만 5조원에 달한다.

- 수퍼리치는 어떤 사람인가.

 “대략 3부류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사주를 포함한 대기업 임원이다. 시간이 없는 탓에 의외로 금융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다.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자문형 랩 등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어떤 구조인지 모른다. 이들은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해 포트폴리오 변화도 상대적으로 작다. 채권이나 원금보장형 ELS 등을 선호한다. 두 번째가 중견·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분이다. 현금 자산이 많고 다양한 투자 경험이 있다. 투자를 정말 즐기고 투자 성향도 공격적이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접고 나오기도 하고 포트폴리오도 자주 바꾸는 편이다. 마지막이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이나 퇴직한 분이다. 이들은 직업 등에 따라 투자 성향이 다양한 편이다.”

 - 이들의 투자 트렌드는 어떤가.

 “일반인이 모르는 상품을 가입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자문형 랩이나 ELS, 채권, 펀드 등 투자하는 것은 비슷하다. 다만 의사 결정이 빠르고 시장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정보가 많다 보니 시장을 앞서가는 면이 있다. 지난해 돌풍이 불었던 자문형 랩의 경우 고액자산가는 재작년 연말에 이미 시작했다.”

 그는 미국 철도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거나 광산 매입 투자에 나서는 등 일반의 상상을 넘어서는 투자를 하는 고객도 있지만 이들은 금융자산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고객으로 예외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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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희일비하지 않는 건 돈이 많아서 아닌가.

 “좀 다르다. 오랫동안 금융자산을 굴려 본 만큼 시장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상담하기에 편하다. 일반 점포와 달리 주식시장이 빠져도 전화를 하거나 따로 문의하지 않는다. 요즘과 같은 조정기에 전반적으로 영업이 위축되지만 SNI(VVIP 전용지점) 쪽은 오히려 반대다. 조정기에 더 투자하려는 고객이 많다.”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SNI 브랜드는 1년 만에 규모가 배 이상 성장했다. 점포도 출범 당시 2개(강남파이낸스센터·호텔신라)에서 코엑스인터콘티넨탈과 서울파이낸스센터 등 4개로 늘었다. 하반기에는 반포에도 지점을 추가할 계획이다.

 - 원하는 수익률은.

 “연간 8∼10%의 수익률을 꾸준히 내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수익을 요구한다. 한 해 20%의 수익을 내고 다음 해 - 20%의 수익을 내면 치명적이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이 상무는 헤지펀드가 자리 잡는 데 앞으로 3∼4개월이 결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헤지펀드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주가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등 약간의 트렌드를 형성해야 하는데 최근과 같은 횡보 장세에서는 변동성의 주기가 짧아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관심은 쉽게 사그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 자문형 랩의 수익률이 주춤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체 투자처는.

 “수익률이 주춤하지만 은행이 랩 시장에 들어오면서 좋아질 것으로 본다. 소수 종목에 집중되는 랩 성격상 은행이 들어오면 자기가 보유하는 종목에 매수세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브라질 국채가 인기다. 거래세(6%)가 있지만 금리가 높다 보니 8%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 비과세인 것도 장점이다. 해외 주식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소비재 랩은 8% 정도의 수익이 나오고 있다. ”

 - 고객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입맛도 까다로워졌다. 지난해 선보였던 스팩펀드와 해외공모주 펀드, 딤섬 신탁 등도 그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인가.

 “초고액자산가로 분류되는 고객은 과거와 달리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전문화한 정보 수요가 커지는 것이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상품을 내놓는 게 주효했다. 이런 상품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하는 경우도 많다. 비상장주식으로 신탁을 만들어 달라거나 아일랜드 재정위기 사태가 불거졌을 때 아일랜드 채권을 살 수 없겠느냐는 질문도 받을 정도로 투자자의 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고액자산가들이 투자시장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에도 고객의 전화가 이어졌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건물 하나로 리츠 상품을 구상하는데 투자자의 의견을 묻고 있는 것이었다. 반응이 호의적이면 바로 상품화로 들어간다고 했다.

 - 까다로운 고객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인가.

 “고객이 원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연결시켜 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주요했다. SNI 고객은 본사에서 나온 각 분야 전문가 5∼6명의 컨설팅을 받는다. 시행 초기 ‘우르르 나와서 뭐하는 거냐’던 고객도 깊이 있는 정보에 만족한다고 했다. 다른 증권사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초청한 설명회에는 ‘정말 객관적’이란 평을 듣고 있다.”

 - 초고액자산가가 부동산 비중을 줄인다는데.

 “비중을 줄이는 건 맞지만 여전히 부동산은 가지고 있다. 다만 부동산도 ‘부익부 빈익빈’으로 간다. 서울 강남 쪽 ‘똘똘한’ 빌딩으로 숫자를 줄이면서 지역과 숫자를 집중한다. 부동산은 아직까지 상속 수단으로 많이 생각한다. 현금으로 주면 다 써 버릴 것 같은 데다 부동산은 공시지가 등이 있어 현금처럼 완전히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 하반기 주식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 최근 불거지는 유럽 재정위기나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등은 정치적인 문제인 만큼 다른 상황으로 흐를 수 있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불안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주식시장이 급반등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만큼 ‘급할 것 있느냐’는 분위기다.”

하현옥 기자

◆수퍼리치(Super Rich)=삼성증권에 맡긴 금융자산이 30억원 넘는 투자자로 전체 금융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를 뜻한다. 금융투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금융회사의 PB 등의 컨설팅을 통해 다양한 자산에 스마트한 투자를 하는 성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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