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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서 가장 높은 사립대 비율, 재단이 핵심인데…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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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호 06면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라지만 지방대학 중엔 등록금이 600만원 정도인 대학이 있다. 사립대학 간에도 반값 등록금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크다. 명문·비명문 대학, 수도권·지방 대학의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한국사립대학 총장협의회 박철 회장에게 반값 등록금에 대한 사립대학의 입장을 들었다. 그는 한국외국어대 총장이다.

한국사립대학 총장협의회 박철 회장

-대학 등록금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왜 그런가.
“우리 대학은 80%가 사립대학인데 세계 유일의 특이한 구조다. 국내 201개 대학(4년제) 중 사립대학이 159개다. 사립대학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사립대학이 많은 미국도 30%에 불과하다. 대학이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사립대학은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매년 등록금이 올라가는 이유다. 사립대학 등록금은 2000년 449만원에서 올해 754만원으로 68% 인상됐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항상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외국 대학에 비해 방만한 운영을 했기 때문 아닌가.
“우리 대학들은 대부분 세계 100위권에도 못 들어간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경쟁하려면 연구 업적이 필요한데 국제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많이 써야 한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당연히 연구비가 많이 든다. 대학의 교육환경을 높이려면 건물과 시설도 늘려야 한다. 그래서 대학 적립금은 건축 적립금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을 해외에 보내는데도 돈이 필요하다. 돈 쓸 곳은 많은데 국가 지원이 없는 사립대로선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교수가 외국 교수에 비해 연봉이 많다고 하는데.
“교수의 보수는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인문학 교수의 연봉은 미국·유럽과 비슷하다. 오히려 박봉이라며 불만을 표출하는 교수가 많다. 해외 유학으로 박사 학위 받고 대학 교수가 되려면 대학 졸업 후 10년 정도의 세월이 걸린다. 40세 전임강사 연봉이 대략 6000만원이다. 정교수 되려면 거기서 12년 정도 더 걸린다. 50대에 1억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교수가 되기까지 오랜 기간 노력하고 헌신한 부분을 사회가 평가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교수가 적지 않다.”

-반값 등록금이 되려면 당장 5조~6조원이 필요하다.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 하나.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사립대학 총장협의회에선 지난 3~4년간 사립대학 재정지원 육성법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건의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정부가 5조~6조원을 국고에서 한꺼번에 지원하면 국민적 부담이 커지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거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에겐 역차별이다. 모든 것을 재정으로만 해결할 순 없다.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해법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정부가 당장 예산을 확보해 국공립 대학을 지원하자고 한다. 그런 방식으로 국공립 대학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만들면 사립대학의 4분의 1이 된다. 그런데 거리에서 시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사립대학에 다니지 않는가.”

-어떤 해결책이 있나.
“정부는 고등교육에 대한 예산을 늘리고, 대학은 경영을 효율화하고 적립금을 학생을 위해 쓰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역할이라고 본다. 대학은 인재를 양성해서 기업과 정부에 보낸다. 그러니 우리 기업들도 미국·유럽처럼 대학에 이익을 환원해 주면 좋겠다는 뜻이다. 지금도 특정 기업이 운영하는 대학들이 있다. 하지만 보편적 개념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좋은 인재를 공급받는 만큼 전체 대학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외국의 선진 기업, 특히 유럽의 금융 분야는 대학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한다. 좋은 인재를 충원받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그런 변화까진 시간이 걸린다. 사립대학 측에선 어떤 가시적 대안이 있나.
“반값 등록금을 당장 실현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등록금 부담을 완화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10~20% 경감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교육법에 사립대학은 등록금의 10%를 장학금으로 주게 돼 있다. 대학에 따라 15%를 주는 대학도 있다. 그 돈을 정부가 재정으로 부담하면 내년부터라도 등록금을 10% 내릴 수 있다. 지금까지 등록금은 매년 5~10%씩 오르기만 했다. 떨어진다면 큰 변화다.”

-대학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나.
“혁신과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골프 치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데 전념하는 쪽으로 안식년을 활용하는 교수들이 가끔 있다. 불필요한 안식년이라면 제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대학의 책임자이자 주인인 재단이다. 사립재단이 학교를 만들었으니 기본적으론 정부가 아니라 재단이 돈을 대야 한다. 그런데 재단은 1년에 고작 1억~2억원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은 당사자인 교직원·재단·대학이 3분의 1씩 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대학에서 재단 몫까지 떠맡아 3분의 2를 내고 있다. 사립학교법 등을 정비하면 재단 몫을 늘릴 수 있다. 또 사립대학 중 10% 정도는 상당액의 적립금을 갖고 있다. 여유가 있는 대학들은 건축기금을 장학금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의 수입을 늘리기 위해 기부금 혹은 기여 입학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떤가.
“기부금 입학은 대학에 따라 입장이 모두 다르다. 몇몇 메이저 대학에 기부금 입학이 몰리면 지방대학은 더욱 어려워진다. 더구나 교육열이 뜨거운 현실에서 미국 사례를 섣불리 따라 할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기여 입학제 역시 돈 내고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다. 누군가 어떤 기여를 할 경우 먼 훗날 후손을 받아주는 것이다. 입학하는 해에 돈 내고 들어가면 미국에서도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신중해야 할 문제다.”

-재정을 투입하되 사립대학을 구조조정하란 주장을 어떻게 보나.
“대학 수를 줄인다고 해서 등록금이 줄어들지 않는다. 물가가 오르면 등록금은 따라서 올라간다. 등록금 문제만 생각하면 사립대학과 국립대학의 구성 비율을 조정하는 게 더 낫다. 또 사립대학을 인위적으로 줄이면 인재양성은 어떻게 하나.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강의 기적’을 묻는다. 급속한 성장 비결이 뭐냐는 거다. 두말할 나위 없이 답은 교육이다. 훌륭한 인재 때문에 세계 10위권 경제를 만들었다. 우리는 현재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 진학률이다. 한국 경제성장의 가장 큰 원인이고 자랑이다.”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 없다는 건가.
“등록금 문제와 대학 구조조정은 다른 문제다. 201개 대학의 사정이 모두 다르다. 지방 대학은 어렵지만 지역 사회에서 자기 몫이 있다. 지방 기업과 학부모와 주민이 연결돼 있다. 게다가 대학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의무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대졸자와 똑같은 대접을 받는 사회라면 모르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은 대학을 나와야 사람 대접을 받는다고 느낀다.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는 구조다.”

-대학 진학을 할 인구가 계속 줄고 있지 않나.
“2010년에 60만 명인 학령 인구가 2020년엔 40만 명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해결책이 있다. 대학 교육의 국제화를 통해 외국 학생을 더 많이 불러들일 수 있다. 미국·유럽은 자국민 대학생만큼 여러 나라의 유학생이 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배우기 위해 중동이나 중남미에서 유학생이 밀려 온다. 중국·태국·인도네시아에선 못 와서 안달이다. 지방 대학의 생존법을 그런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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