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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반한 한국 (28) 리츠칼튼호텔 총지배인 프란츠 리히터의 산악자전거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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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차로는 못 느낄 아름다운 풍광

지난해 6월 딸 리사(13)와 함께 북한산에 오른 프란츠 리히터 리츠칼튼호텔 총지배인.

나는 1986년 호텔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하지만 이미 부모님께서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작은 호텔을 운영하고 계셨기 때문에 내 인생은 호텔에서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55년에 이르는 내 일생이 호텔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평생을 호텔과 함께 산 사람으로서 호텔에서 일하는 매력을 꼽는다면 뭐니 뭐니 해도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2008년 12월 나는 처음으로 한국에 도착했다. 6개국 10개가 넘는 도시에서 근무한 나는, 낯선 도시를 맨 처음 방문하면 도시를 알아보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녀 보는 것이다. 걸어서 다니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자동차를 이용하면 주위를 둘러보기도 전에 목적지에 도착해 버려 적당한 속도로 도시를 구경하기에는 자전거가 적합하다. 특히 언덕이 많은 서울의 지형을 고려하면 산악자전거(MTB)가 안성맞춤이다. 나의 산악자전거 서울 여행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서울에 도착해 가장 놀란 게 있었다. 이렇게 큰 도시에 이렇게 많은 산이 있다니! 유럽의 경우에는 대부분 산이 도시 외곽에 있어 산악자전거를 타려면 자동차로 먼저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은 아니었다. 서울 안에 산이 있어 어느 산을 골라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었다. 서울은 또 한강이 있었다. 서울 한복판을 가르며 흐르는 한강은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장소였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서초구는 북쪽으로 한강이 펼쳐지고, 남쪽으로 청계산과 우면산이 둘러싸고 있어 산과 물을 두루 갖춘 명당이다. 도심 속 자연을 만끽할 수 있은 아름다운 곳이란 뜻이다. 먼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중심으로 산악자전거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근심 있을 땐 한강 둔치 끝까지 달려

프란츠 리히터는 주말마다 서래마을에서 MTB 여행을 시작한다.

첫째 추천 코스는 서래마을에서 출발해 청계산을 오르는 코스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청계산 입구에서 제1등산로를 타고 오르면 이수봉 정상까지 작은 시냇물과 야생화, 푸른 숲을 만날 수 있다. 산에서 내려올 때면 두부요릿집을 들른다. 그 식당은 순두부찌개가 얼큰한 맛과 담백한 맛 두 가지가 있어 한국음식을 처음 맛보는 외국인 친구에게도 자주 권하곤 한다. 물론 동동주도 곁들인다. 고소한 파전과 소다처럼 알싸하고 달곰한 동동주는 운동하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만찬이다.

 첫 추천 코스가 너무 쉽다면 대관령 코스를 추천한다. 고개가 워낙 험해 ‘구십구곡(九十九曲)’이라고도 불린다는데, 한국의 알프스를 보고 싶다면 기꺼이 추천한다. 코스가 험하다 보니 온종일 산악자전거를 타고 나면 참을 수 없는 허기가 몰려온다. 그러면 나는 강원도 횡계에 있는 한우 레스토랑을 간다. 운동 뒤에 맛보는 강원도 한우는 미슐랭 스리 스타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부럽지 않다.

 마지막으로 한강 코스를 소개한다. 일반 자전거로도 갈 수 있는 쉬운 코스다. 특히 생각할 거리가 많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나는 이 코스를 이용한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해 경기도 성남의 공군비행장까지 신나게 달리다 보면 모든 근심에서 해방된 느낌이 든다. 성남까지 간 김에 분당의 카페거리를 들른다. 프랑스의 샹젤리제 거리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경험이다.

 내가 산악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체험한 한국은 자연과 도시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나라다. 이 조화 속에는 자연의 평화로움과 도시의 역동성이 공존한다. 한국은 알면 알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 있는 나라다.

프란츠 리히터(Franz H. Richter)

1956년 독일 출생. 독일 슈타트하겐 호텔학교에서 경제학과 호텔 케이터링을 전공했다. 이후로 인도네시아·일본·두바이·중국 등에 있는 특급호텔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8년 서울 리츠칼튼호텔 총지배인으로 부임했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있다.

정리=손민호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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