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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준규 검찰총장, “수사로 말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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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검찰은 지금 할 일이 많다. 저축은행 사태는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에서 드러난 최대의 부정부패 사건이다. 서민의 쌈짓돈을 멋대로 쓴 대주주·경영진, 떡고물에 놀아난 금융위·금감원·감사원 등 감독기관, 이들의 뒤를 봐준 정치인이 고구마 줄기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부산저축은행 2대 주주인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이 노무현 정권 시절 급성장한 배경에는 정·관계 인사가 있었다는 정황이 나온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은 법인카드를 빌려주고 술값을 내주며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로비했다고 한다. 이제 정경유착의 몸통을 향해 수사가 본격화될 단계에 오른 것이다. 분노하는 서민들은 거악(巨惡)의 검은 그림자를 빛으로 끌어내주길 바라고 있다. 검찰이 정치권과 소모적 갈등으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이유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어제 “저축은행 수사는 끝까지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치권의 대검 중수부 폐지 움직임과 이에 반발한 ‘수사 태업(怠業)’ 논란을 정리한 것이다. 검찰 수장으로서 그는 “상륙작전을 시도하는데 갑자기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럼에도 일선 검사들의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고 “수사로 말하겠다”고 한 결정은 적절한 상황 인식이다.

 정치권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삼가야 한다. 저축은행 사태는 예고된 재앙이었다. 수년 동안 곪아온 상처가 터질 때까지 수수방관한 책임을 통감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다. 정치인 이름이 오르내리자 느닷없이 중수부 폐지 운운한다면 물타기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관련자들에게 ‘버텨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고,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입법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중수부 폐지는 수사가 다 끝난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

 ‘정치 검찰’ ‘스폰서 검사’라는 비판과 비아냥이 왜 나오게 됐는지 검찰은 자성할 필요가 있다. 중수부 폐지에 공감하며 검찰을 흔들려는 세력은 엄연히 존재한다. 이런 오명과 불신을 떨쳐내려면 성역도 흔들림도 없이 수사해야 한다. 저축은행 비리를 어떻게 척결하는지 국민은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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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검찰청 검찰총장(제37대)

195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