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0일간 20차례 노조와 스킨십 = 5년 만에 흑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여러분, 목숨 걸고 일해 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이곳(오텍캐리어)에 제 목숨을 걸었습니다. 길바닥에 나앉지 않게 할 테니 따라와 주십시오.”

 올 1월 광주시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내 오텍캐리어 공장. 수백 명의 직원 앞에 강성희(56·사진) 오텍캐리어 회장이 섰다. 세계적인 에어컨 기업인 캐리어의 한국 지사를 지난해 12월 인수해 오텍캐리어로 사명을 바꾼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다.

 업계에 ‘강성’으로 소문나 있던 노조와의 첫 대면식. 강당 연단에 선 강 회장은 떨렸다. 하지만 ‘4년간의 만성적자’ ‘고비용·저효율의 근무환경’ 등으로 엉망이 된 회사 사정에 대해 터 놓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

 강 회장은 2000년에 앰뷸런스·냉동탑차를 만드는 ‘오텍’을 창업해 국내 특장차업계 1위를 차지하기까지의 경험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이익이 나지 않는데 월급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또 “외국계 회사로서 안이했던 캐리어의 근무환경을 다잡기 위해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같은 강한 오너십이 필요하고 내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100일간 20여 차례에 걸친 노조와의 ‘스킨십’ 덕이었을까. 오텍캐리어는 올 1분기 5년 만에 흑자를 냈다. 매출 700억원에 영업이익 3억원을 기록했다. 적은 액수지만 에어컨이 잘 팔리지 않는 비수기였고 4년간의 연속 적자 기록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강 회장은 “올해에는 매출 3000억원에 영업이익 250억원, 2013년에는 매출 5000억원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캐리어는 매출 2395억원에 1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강 회장은 오텍캐리어를 수출회사로 키울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밖에 안 되지만 이를 40~5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이를 위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 캐리어와 오텍이 가지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강 회장은 오텍의 특장차를 보기 위해 방한한 거래처 사람을 불쑥 광주 에어컨 공장으로 데려가곤 한다. 그는 “시골로 끌고 간다는 기분이 안 들게끔 오텍의 충남 예산공장에서 광주까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게 관건”이라며 웃었다. 처음엔 싫어하던 거래처 사람들도 공장을 본 후에 호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강 회장은 “자동차를 사서 에어컨 바람을 맞기 시작하면 집이나 사무실에 에어컨을 둘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 산업이 커가는 동남아를 집중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