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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소위 송태섭, 공군 병장 박영환 … ” 1만8300명 불멸의 이름 다시 부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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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늘 56주년 현충일 … 대전현충원 롤콜 행사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국립대전현충원 광장에서 묘지 안장자와 위패 봉안자 중 전사·순직한 1만8300여 명의 이름을 부르는 롤콜(Roll-Call) 행사가 열렸다. 권율정 대전현충원장(왼쪽)과 대전 만년중 3학년 차윤경 양이 고인들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육군 소위 송태섭, 공군 병장 박영환, 경찰관 경위 박삼종, 의용소방대원 김학순….”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 앞 광장. 대전 만년중학교 3학년 차윤경(15)양이 단상에 올라 6·25전쟁에서 전사했거나 순직한 군인·경찰관·소방대원의 이름을 또박또박 불렀다. 이름을 모두 부르고 난 차양은 “이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너무 감사한다”고 말했다. 차양에 이어 학생과 학부모·교사 등 70명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20명씩 1400명의 이름을 불렀다. 학생들은 행사를 마친 뒤 글을 써서 광장에 설치된 ‘하늘나라로 부치는 편지’ 게시판에 붙였다. 학생들이 붙인 스티커엔 ‘당신들의 이름은 불멸입니다’ ‘다시 부르는 영웅, 그대’라는 글이 또렷이 남아 있었다.

 대한민국이 이제 그들의 이름을 부른다. 전장에서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혹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다가 숨진 영웅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보훈처와 대전현충원은 현충일을 맞아 묘지안장자와 위패봉안자 9만7000명 중 전사·순직자 1만8300여 명을 선정해 4일부터 사흘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롤콜(Roll-Call·이어 부르기) 행사’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4일엔 대전 한밭초등학교 학생 70명이 천안함 46 용사와 고 한주호 준위, 제2연평해전 전사자 등 1400명의 이름을 부르며 이들의 넋을 기렸다. 5일 오후엔 대전현충원 측에서 사전에 녹음한 방송을 통해 전사·순직자 1만2500여 명의 이름이 현충원 전역에 울려퍼졌다.

 영웅들의 이름을 부르는 행사는 올해 2월 취임한 박승춘(사진) 국가보훈처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천안함 폭침 1주기를 맞은 지난 3월 해군 진해기지사령부는 천안함 용사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방송을 부대 안에서 했지만, 현충원에서 롤콜 행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처장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정용수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롤콜(Roll-Call) 행사=둥글게 이어진다는 롤(roll)과 부른다는 뜻의 콜(call)을 합성해 만든 말. 여러 명이 순서대로 이어가며 이름을 부른다는 뜻으로, 미국에서 추모행사를 하면서 전사자의 이름을 부른 데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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