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흥국생명·화재 ‘뒷북’ 징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흥국생명·흥국화재 등 태광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무더기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3일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에 대한 검사 결과 두 보험사가 계열사로부터 골프회원권을 비싸게 사들이거나 수의계약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대주주를 부당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2008년 6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일가가 소유한 동림관광개발이 짓고 있던 골프장 회원권 10계좌를 220억원에 사들였다. 흥국화재도 지난해 8월 같은 골프장 회원권 12계좌를 계좌당 26억원씩 모두 312억원에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흥국화재는 해외출장 중인 사외이사가 회의에 참석한 것처럼 의사록을 허위 작성했다. 두 회사는 또 와인이나 연수원 부지를 계열사와 수의계약으로 매매해 보험업법을 위반했다. 금감원은 오는 1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두 회사 전·현직 대표 등 40여 명을 징계하고 회사는 ‘기관경고’ 처분을 할 방침이다. 이호진 회장은 지난해 검찰 수사에서 1400억원대의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이전 검사가 부실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2009년 초 정기검사에서 흥국생명의 골프회원권 투자 사실을 파악했지만 보험업법 위반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제재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는 골프장이 정식 개장하기 전이어서 흥국생명의 매입 가격이 비싼지를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검찰이 이 회장 일가의 비자금 의혹 수사에 착수한 뒤 부랴부랴 재검사에 나서 부당 지원 사실을 밝혀냈다.

 한편 태광그룹은 “위법 여부가 확정된 게 아닌 만큼 의견서 제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나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