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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 웹에서 협업이 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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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매크로 위키노믹스
돈 탭스코트·
앤서니 윌리엄스 지음
김현정 옮김, 이준기 감수
21세기북스, 708쪽, 3만원

천문학 전공 대학원생이던 케빈 샤윈스키는 수백 만장의 성운 사진을 분류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는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을 참여시켜 사진을 분류하는 아이디어를 짜냈다.‘갤럭시 주’라고 이름 붙인 온라인 시민 과학 참여 프로젝트였다. 천문에 관심 있는 일반인 27만5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그 결과 전문가 혼자 했다면 124년이나 걸릴 작업을 불과 2년여 만에 끝낼 수 있었다.

 이 책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규모 협업과 공유가 일어나는 현상을 흥미롭게 파헤치고 있다. 정부·교육·과학·미디어·의료·환경·기업 등 모든 곳에서 집단 협업 형태인 ‘위키 방식’이 행해지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독자들은 신문 같은 공급자 중심의 미디어를 떠나 자신들이 미디어 생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허핑턴 포스트’나 ‘트위터’로 몰려들고 있다. 허핑턴 포스트의 직원은 60명에 불과하지만 수천 여명의 자원봉사 기고자들이 기사를 제공한다. 이 사이트를 방문하는 독자는 2000만 명에 이른다.

 보수적인 방송국인 BBC도 웹이 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다룬 4부작 다큐멘터리의 대본을 작성하는 과정에 시청자들을 참여시켰다. 온라인 게시판으로 시청자 의견을 받는 정도에서 벗어나 시청자와 함께 협업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혁신적인 제작과정을 높이 평가 받아 지난해 디지털 에미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초 아이티 지진 당시 문자메시지·트위터 등을 통해 재난 현장의 정보를 시각화해 위기지도 사이트를 만든 ‘우샤히디’는 정부나 응급구조 기관보다 신속한 대응능력을 발휘했다. 집단 협업의 힘이 어떤 조직보다 세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위키노믹스의 원칙을 적용해 적극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체제를 수정하는 정도로는 안되고 협업방식의 혁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저자 돈 탭스코트는 마셜 매클루언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미디어 분야 권위자로 평가 받는다. 앤서니 윌리엄스는 리스본 위원회의 상임이사이며, 정부와 대기업에서 전략고문으로 일했다. 두 사람은 2007년 이 책의 전편이라 할 수 있는 『위키노믹스』를 저술, 뛰어난 소수가 만드는 이코노믹스의 시대가 저물고 대중이 모여 경제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위키노믹스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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