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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신 없는 살인’ 40대 여성 무기징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살해한 시신을 화장해 ‘시신 없는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김동윤 부장판사)는 31일 살해한 20대 여성의 시신을 화장한 뒤 자신이 숨진 것처럼 속여 거액의 보험금을 챙기려 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 기소된 손모(41·여)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손씨의 사기행각을 도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어머니 박모(74)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은 시신이 없는 경우 살인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를 두고 관심을 끌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인이 분명하지는 않으나 자연사나 자살했을 가능성이 작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전에 거액의 보험에 가입하고, 인터넷으로 살인방법을 검색한 점 등으로 미뤄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회적 약자인 여성 노숙자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가로채려 한 것은 저급하고도 비열한 범죄다.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데도 뉘우치지 않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형을 선고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시신을 화장이라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처리했다는 이유로 사체은닉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손씨는 지난해 5월 24억원 상당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6월 중순 대구의 모 여성쉼터에서 소개받은 김모(26·여)씨를 부산으로 데려온 다음 날 새벽 확인되지 않는 방법으로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손씨는 시신을 화장한 뒤 자신이 숨진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받으려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애초 경찰은 김씨의 사인을 ‘병사(病死)’라고 주장하는 손씨의 주장을 뒤엎을 증거가 없어 사기 혐의만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도 살인 혐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지난해 10월 사기죄로만 손씨를 기소한 뒤 보강수사를 통해 지난해 12월 살인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손씨가 김씨가 살던 여성쉼터 원장에게 “부모가 없고, 찾을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김씨를 소개받았으며 독극물을 구입한 사실도 밝혀냈다. 인터넷을 통해 독극물과 살인방법을 검색한 사실도 찾아냈다. 올 초 시작된 이 재판은 살인 혐의를 입증하려는 검찰과 “구체적인 살인 증거가 없다”며 맞서는 손씨 변호인 간에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은 “범행을 오랫동안 치밀하게 계획했고 살인수법 자체가 엽기적”이라며 지난달 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검찰은 구체적인 살해방법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손씨는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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