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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빨리빨리…' 식습관에 부작용 가져온다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천천히 먹는 것으로 소아비만을 막을수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소아비만탈출프로젝트 '수퍼키즈'의 건강주치의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한 식습관 중 하나가 바로 '천천히 먹기'이다. 음식에 중독된 비만아동들이 가장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천천히 먹기이기도 하다. 빨리 먹기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고 습득능력이 빠른 아이들은 이것을 그대로 학습하기 때문이다. 비만아동들은 음식에 대한 탐닉이 있기 때문에 그 먹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빨리먹기 경쟁은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이고 심리적인 현상들이 어울려 빚어 낸 하나의 풍경이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은 빨리 한술이라도 더 먹어야 한다는 무의식을 대뇌에 각인시켰고,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완수해야 한다는 완벽을 지향하는 강박관념 또한 한몫하였다. 남자들은 군대를 갔다오면 빨리빨리 먹기의 달인들이 되곤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밑바탕에서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빨리빨리의 우리 철학이다. 이제 세계에서 제일 빠른 민족들로 얼리어댑터의 최첨단기지가 되고 있는 우리의 세계적 경쟁력은 불행하게도 건강에서는 어처구니없는 부작용들을 낳고 있다.

빨리 먹으면 배부르기 전에 음식의 대부분을 먹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많이 먹는 것을 조장한다. 따라서 소아비만의 가장 큰 원인이다. 빨리 먹기는 소화장애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위가 준비도 되기 전에 많은 양이 들어오기 때문에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덤으로 가져가기 쉽다. 따라서 덜 씹힌 음식들은 위와 장에 부담을 주어 복통,변비,설사 등의 만성적인 소화장래를 초래하기 쉽다.

빨리 먹기는 필연적으로 덜 씹기를 동반한다. 따라서 은연중에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섭취해야 할 영양소를 덜 섭취하게 된다. 잦은 감기나 성장부진 또한 빨리 먹다보니 덜 씹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 더불어 빨리 먹기는 신경질적이고 조급한 성격을 만들기 쉽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왜 빨리빨리 먹기의 포로가 되었는가?

은연중에 빨리 먹기를 강요받고 있다. 먹기 자체가 성장이나 발육 등의 하나의 도구가 되다보니 그리고 완수해야 할 과업이 되다보니 보다 집중해서 빨리 먹기를 지속적으로 요구받는다. 조금이라도 한눈 팔라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결국 우리 나라 특유의 빨리빨리 습관이 아이들의 식생활에도 여과없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극적인 음식 위주의 식탁이 빨리 먹기를 부추기고 있다. 달고 짜고 단 음식은 대뇌의 학습효과에 근거하여 마주하는 순간 우리 아이들의 통제력을 상당부분 무너뜨린다. 인스턴트 위주의 부드러운 음식은 그 자체로서 씹을 필요성을 줄여 빨리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천천히 먹기를 실천할수 있는 가장 빠르고도 간단한 방법은 바로 한 입 먹은 음식을 꼭꼭 20번 이상 씹는 일이다. 이른바 작식은 입 안 음식이 맷돌에 간 것처럼 잘게 쪼개져 부드러워질 때까지 씹거나 적어도 20번 이상 꼭꼭 씹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작식을 통한 완식은 음식중독으로 허물어진 뇌위의 통제력을 회복한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훈련임에 틀림없다. 작식을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완식을 위해서는 혼자 먹는 밥상보다는 여럿이서 담소를 나누며 음식을 천천히 즐기는 상황이 좋다. 부드러운 요리와 씹을 필요가 거의 없는 정크푸드는 꼭꼭 씹는 일이 불필요하게 만들기 때문에 앞서 제시한 조식은 작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이다.

또한 작식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입안에 침이 충분히 고일 때까지 씹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 최근 그동안 잊고 있었던 침의 효과가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작식을 하면 많이 생기는 침은 그 자체로 강력한 면역증강물질이다. 침에는 Ig A 등의 면연물질과 ‘독성제거 물질’이 들어 있다. 특히 ‘페록시다아제만’이라는 효소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의 산화를 일차적으로 막아주는 역할을 침이 당담하고 있는 것이다. 침의 면역증강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잘 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침이 고일 때까지 잘 씹다보면 턱관절이 뇌를 자극해 뇌능력을 활성화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잘 씹기 위해서는 한번에 30번 이상 꼭꼭 씹겠다는 결심과 의지도 중요하지만, 잘 씹을 수 있는 조건 역시 중요하다.

첫째, 30번 이상 씹기 위해서는 음식물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밥은 백미보다는 현미를 선택하라. 현미는 벼에서 왕겨만 벗겨낸다. 현미에서 쌀겨를 제거하면 배아미가 되고, 이 배아마저도 제거하면 우리가 흔히 먹는 백미가 된다. 그런데 쌀겨와 배아에는 필수 영양소들인 비타민 B1, b2, 니코틴산, 식이섬유,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다. 어쨌든 백미는 단지 단맛이 높고 부드럽다는 장점만 있을 뿐 영양 면에서는 현미에 비할 게 못 된다. 현미를 30번 이상 씹으면 누구라도 특유한 깊고 풍부한 맛을 만끽할 수 있다.

둘째, 충분한 침샘 분비를 위해서는 식사시간이 중요하다. 혼자 빨리 밥을 먹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침이나 작식이 가져다주는 뛰어난 효과들을 누릴 수 없다. 밥 먹는 시간을 최소 20분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첫술을 뜨고 마지막 음식을 떠 넣을 때까지 최소 20분은 걸려야 침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작식에 동참할 식사파트너가 가장 필요한 이유이다. 가족들과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먹는 식사가 진수성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아이들이 소아비만으로부터 탈출하도록 도와줄 작식 교육은 바로 오늘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물론 작식은 정상체중 아이들도 반드시 실천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건강실천법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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