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핵·남북관계 복원이 핵심의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부는 16일 개성에서 열릴 남북 당국 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와 남북관계 복원을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는 생각이다.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 비료 지원문제도 물론 논의한다. 10개월간 중단됐던 장관급.장성급 회담 및 적십자 회담 등 각종 남북 공식 채널을 복원하는 것도 목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봉조 차관은 15일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들락날락하던 남북 관계를 바로잡아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회담을 정례화해 한쪽의 일방적인 행동으로 대화 채널이 끊기는 사태를 막겠다는 의지다.


남북 당국 회담을 하루 앞둔 15일 통일부 직원들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개성 회담장으로 가져갈 짐을 꾸리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핵문제와 관련, 정부는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 북측에 촉구할 방침이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 재천명'을 북에 제의하는 것도 방법론이다. 1991년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남북이 재확인할 수 있다면 북한의 핵개발 논리를 차단할 수 있다. 정 장관이 이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깨지는 것은 중대 사태이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남측이 핵문제를 집중 제기할 경우 회담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고민이다. 이전 장관급 회담에서도 북한은 핵 문제 논의를 기피했었다. '핵은 미국과의 문제'라는 입장을 가진 북한이 남측과 진전된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비료 지원은 부수적이지만 민감한 문제다. "북의 요구가 있으면 예년 수준(20만~30만t)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검토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속으론 '분위기에 따라 북측이 당초 요구한 50만t 수준으로 늘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료 카드'를 회담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북한이 '비료'만 빼먹고 우리가 원하는 '다른 것'들에 대해선 시큰둥하게 나올 가능성이다.

◆ 물밑 접촉 어떻게 했나=통일부는 회담 재개에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회담 재개 사실이 북한의 일방적 발표로 공개돼 끌려다닌 것 같은 모양새가 된 데 대해 불만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해 말부터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회담 재개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북한의 최고위 핵심 당국자'에게 세 차례나 서한을 보냈다.

정 장관의 마지막 편지가 전달된 게 5월 초였고, 지난주 중반 북측이 당국자 회담을 재개하자는 희소식을 전해왔다. 이후 14일까지 남북 양측은 판문점 연락관 채널 등을 통해 극비리에 회담의 성격과 일정, 장소에 대한 협의를 했다. 당초 정부는 16일 하루 차관급 회담을 열자고 했고 북한도 동의했다. 하지만 "현안들을 논의하는 데 하루는 너무 짧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 제기돼 16~17일 이틀간의 출퇴근 회담으로 수정 제의했다. 14일 오전 북한은 이런 제의를 수용하는 내용의 전통문을 남측에 전달하는 동시에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서승욱 기자,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sswook@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