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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토마토·양상추도 먹지 말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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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럽 전역에 ‘오이 공포’가 번지고 있다. 병원성 박테리아에 1000명 이상이 감염된 가운데 스페인산 유기농 오이가 질병 확산 매개체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질병예방·통제센터는 29일 박테리아 확산으로 최근 독일 북부에서만 400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환자들은 병원성 대장균에 의한 ‘용혈성 요독증후군’ 증상을 보였다. 초기에는 설사·혈뇨·혈변·복통 등의 증세로 시작하는 질병으로 나중에는 환자의 신장과 중추신경계를 파괴해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희귀병이다. 독일에서는 이로 인해 지금까지 10명이 숨졌다.

 독일 보건식품안전청은 환자의 거의 대부분이 오이를 섭취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오이를 수거해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수입된 유기농 오이에서 병원성 대장균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일단 이 오이들을 전염 매개체로 추정하고 판매를 금지했다. 독일을 거쳐 체코·오스트리아·헝가리·룩셈부르크 등으로 퍼져나간 스페인산 오이에 대한 수거 작업도 벌어졌다.

 스웨덴·영국·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도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이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최근 독일 여행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의 일제 아이그너 농업·소비자부 장관은 당분간 오이는 물론 토마토·양상추 등 생채소로 만든 샐러드도 가급적 섭취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스페인에서는 환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지가 아닌 유통지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조사 결과는 이르면 31일 발표된다.

 한편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유럽에서 유행 중인 이 병이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과 그 합병증인 ‘용혈성 요독증후군’이라고 밝혔다. 질병 확산 매개체로 의심되는 스페인산 오이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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