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food&talk ⑥ 하일성의 ‘소금 장어구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8면

제가 2001년 신장수술을 받고 나서 이야기예요. 수술을 받고 나니까 병원 냄새도 맡기가 힘들 정도로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음식도 못 먹겠더라고요.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으로 식사를 대신하다 보니 몸무게가 14㎏이나 빠졌어요.

 그렇게 한 달쯤 살았더니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지방에서 몸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서 보내주곤 하는 지인들도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서울 반포에 있는 장어집을 가게 됐어요. 다른 음식은 먹는 게 힘들었는데, 장어는 달랐습니다. 먹자마자 기력이 회복되는 느낌이 들더니, 그때부터 입맛이 돌아왔어요.

 그날 이후 저는 점심저녁을 가리지 않고 장어를 먹었어요. 장어는 저에게 입맛을 돌아오게 한 일등공신이자 나아가 제 목숨을 살린 음식이 되었어요. 장어가 허약 체질이나 원기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말하잖아요. 그 효과를 저는 수술 이후 몸소 체험했어요. 지금도 주기적으로 장어를 먹으러 가고, 아예 집에서도 프라이팬에 직접 장어를 구워 먹어요.

 양념 장어구이도 맛있지만 저는 소금구이를 더 좋아해요. 장어 집에 가도 프라이팬에 직접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해요. 구워 나오는 것은 싫고 내가 구워먹는 게 좋아요.

 소금 장어구이는 장어 고유의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고 쫄깃쫄깃한 질감이 식욕을 자극해요. 기름이 쏙 빠져 있어 느끼하지 않게 먹을 수 있고, 파랑 같이 먹으면 더 좋아요.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좋지요.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셔서 집을 나와 친구네 집에서 살았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에 대한 기억이 많이는 없어요. 평안도 분이셨던 어머니가 겨울에 김칫국물에 밥을 말고 참기름을 넣어 만들어 주셨던 김치말이 밥과 가끔 사람들이 집에 오면 돼지고기에 버터를 발라 구운 음식 정도가 기억에 남네요.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혼자 살다 보니 맵고 짜게 먹는 잘못된 식습관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하지만, 수술 이후부터는 식습관이 조금 변하게 됐어요. 입맛이 없거나 기력이 없을 때, 체력증진에 좋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소금 장어구이를 추천합니다.

 정리=손민호 기자

● 하일성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야구 해설자다.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현재 KBS N스포츠 채널에서 프로야구 해설을 하고 있다.

푸드 라이프스타일 채널 ‘올리브’가 연중 도네이션 캠페인 ‘100인의 푸드톡’을 진행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