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이기는 프로바이오틱스 ③ 대장암·용종 잡는 데는 항생제보다 유산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김석진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박모(54)씨는 최근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돼 제거했다. 대장 용종은 오랜 시간 방치하면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종이 다시 생기지 않을지 몰라 박씨의 마음은 개운치 않다. 사실 그는 몇 번에 걸쳐 용종을 제거한 경험이 있다. 계속 재발하는 용종이 박씨의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이다.

 대장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용종 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용종 절제 환자는 2006년 12만4964명에서 2008년 20만6341명으로 3년 사이 두 배가량 늘었다.

 대장질환과 대장암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대장암 발생 비율은 일반인에 비해 4~20배 높다. 염증은 용종 발생의 주요 인자다.

 따라서 염증이 문제인 용종과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 소염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소염제는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팀이 1993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가족성 용종 환자에게 소염제를 9개월간 복용시켜 용종 크기와 발생률을 감소시켰다. 하지만 약물 복용을 중단한 지 3개월 뒤 용종 수와 크기가 다시 증가했다는 것이 실험 결과 밝혀졌다. 게다가 소염제는 위궤양이나 장출혈 그리고 알레르기 반응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항생제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이다.

 네덜란드 라바드 대학 프레드리 교수는 용종세포 성장에 대한 소염제와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를 비교·연구했다. ‘VSL#3’라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한 이 실험에서 유산균이 소염제처럼 용종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이 관찰됐다. 연구 결과는 이 분야 학술지인 ‘국제 대장질환’ 잡지에 게재됐다.

 이 실험에 사용한 VSL#3라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염증성 장질환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인정받은 제품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의과학술대회인 ‘DDW(Digestive Disease Week)’에서 이 고농도의 프로바이오틱스가 대장암을 예방해 준다는 동물실험이 발표되기도 했다.

 영국 로햄턴대 허버 교수는 올 초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사람의 용종 발생률이 복용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약 30% 낮다’는 연구 결과를 소화기내과 학술지인 ‘Gut’에 발표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화학합성물이 아니므로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석진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구강감염학·면역학 전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