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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BC 다큐 〈21세기 음식대전〉

중앙일보

입력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각종 특집이 쏟아지는 명절 연휴 TV에서 만족스런 프로그램을 찾아내기란 평소보다 쉽지 않다.

지난 4일 오전10시 1, 2부가 연달아 방송된 MBC 2부작 다큐멘터리 〈21세기 음식대전〉은 설을 계기로 한국음식의 세계화 전략을 차분하고도 알차게 진단, 모처럼 '먹음직스런' 설 특집상을 차려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 뉴욕에 불고 있는 동양음식 열풍을 소개하는 데서 출발한 1부 '동양음식을 주목하라'는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강변하기 보다는 다양한 사례분석을 통해 자국 음식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내놓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짚어나간 접근이 돋보였다.

뉴욕 맨해튼 식도락가들의 명소로 자리잡은 '똑순이', 음식평가지 '자겟'이 추천하는 채식전문점이 된 '한가위' 등 현지 미국인들을 고객으로 성공한 한국식당은 우리 음식의 경쟁력을 확인시킨 실례.

제작진은 스타 요리사를 내세워 자국 음식을 홍보하는 태국식당, 미국인들의 취향에 맞춰 스시(초밥)를 더 크게 만든 일본식당 등 다른 동양음식 전문점을 두루 취재하면서 성공의 관건이 '먹는 법'까지 한 세트로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에 있다는 결론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이 결론은 인도가 원조인 카레와 한국이 원조인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을 자신들의 음식상품으로 소화해낸 일본을 집중 취재한 2부 '원조는 없다'를 통해 한결 심화됐다.

최근의 김치-기무치 국제표준규격 논쟁에서 보듯, 음식의 원조국 문제는 자칫 감정싸움이 앞서기 쉬운 소재이지만 제작진은 시청자를 흥분시키지 않고 그 대신 간장으로 만든 서양요리책을 보급하는 데까지 나선 일본 기코만 간장의 세계화 전략, 국내업체가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홍콩에 수출한 인스턴트 삼계탕의 인기 등 더 많은 정보로 프로그램을 실속있게 꾸미는 길을 택했다.

MBC 제작진의 이런 태도는 같은 날 방송된 SBS특집 〈체험 한.중.일 최고를 찾아라〉가 아전인수식 한국우위론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뤘다.

연출자 임남희PD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에 걸친 취재결과"라며 "설 음식을 준비하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다"고 소박한 기획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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