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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연못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20호 10면

숲 깊은 곳, 작은 연못. 칠불사 영지(影池)입니다. 오래전 세월의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칠불사 들어가는 어귀에 있습니다.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 하여 ‘칠불사’라 불립니다. 출가한 왕자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김수로왕 부부는 보름달 밤 연못에 비친 왕자들의 그림자만 보고 돌아섰다 해서 ‘영지(影池)’라 합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오늘은 무슨 인연이 닿아 예까지 왔는데 우연히 지리산학교 사진반 친구를 만났습니다. “이런 데서 보니 더 반갑습니다. 허허허” 하며 어깨를 두드립니다. 사람이 워낙 묵직해 별명이 ‘부처’라 불리는 친구의 어깨 두드림을 반갑게 받았습니다. “근데, 선생님 이거 사진 어떻게 찍습니까? 한번 보여주세요.” 다짜고짜입니다. 웃으며 연못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일곱 왕자의 그림자는 없지만 어울려 다니는 잉어들이 거꾸로 들어선 나무들 사이를 노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성불한 일곱 왕자도, 노니는 잉어도, 거꾸로 선 나무도, 친구의 웃음도 일체의 구별 없이 연못에 함께 자리합니다. 흐르는 시간이 넉넉한 연못입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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