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황우여-정의화 투톱 ‘15년 우정’ 아슬아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정의화

한나라당은 7월 4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선출하기 전까진 황우여 원내대표와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투톱’체제로 운영된다. 황 원내대표는 원내지도부를 이끌면서 공석인 당 대표 권한대행도 맡고 있다. 정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의 룰을 정하고 당의 비전을 가다듬는 일을 한다.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 사이다. 그런 그들이 요즘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 위원장은 2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섣부른 정책 남발이나 표만 의식한 정책 노선 급선회로 집권 여당이 앞장서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설익은 정책들이 당론인 양 제기된 그런 경우가 생기면 좋은 취지가 빛이 바랠 수밖에 없게 된다”는 말도 했다. 최근 대학 등록금을 내리게 하겠다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황 원내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그런 정 위원장에 대해 황 원내대표는 22일 “높은 자리에 앉으시면 정보를 혼자 알고 싶으신 모양”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비대위가 당 소속 국회의원·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헌·당규 개정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비공개로 하는 모양새를 비판한 것이다.

 두 사람의 업무가 정해져 있음에도 각기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는 듯한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정 위원장은 19일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미흡하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정조사 추진 문제를 다루는 건 황 원내대표 몫이다.

같은 날 황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전당대회 룰’에 대한 입장을 듣고 언론에 박 전 대표의 생각을 알렸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전당대회 룰은 비대위에서 다뤄야 하는 문제인데 왜 황 원내대표가 그것까지 손을 대나”라고 비판했다. 두 사람이 상대방의 업무까지 건드리는 것과 관련해선 “당 운영의 주도권을 잡고, 언론도 타겠다는 경쟁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15년 지기(知己)’다. 황 원내대표의 고교(제물포고) 동문인 박창일 건양대 의료원장이 과거 레지던트를 함께했던 정 위원장에게 1996년 “서로 잘 지내라”며 두 사람을 만나게 했다고 한다. 박 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둘 다 성격이 원만하고 허물없이 지내왔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47년생, 정 위원장은 48년생으로 같은 4선 의원이다.

 그런 그들이 요즘엔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대위는 조만간 당의 비전 제시와 정체성 정립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이때 비대위에선 황 원내대표가 추진하는 중도좌파 성향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정 위원장의 26일 발언은 이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백일현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한나라당 원내대표
[現] 한국청소년연맹 총재

1947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국회 부의장

1948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