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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의 해피톡톡] 귀촌·귀농을 꿈꾸는 그대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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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경원대 세살마을연구원 연구교수

제가 너무 통속적인 걸까요? ‘귀촌’이나 ‘귀농’하면 소로우의 『월든』이나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이 아니라 가수 남진씨의 ‘님과 함께’가 먼저 떠오르거든요. 무소유나 자급자족의 대안적 삶을 실천했던 소로우나 니어링 부부가 존경스럽긴 하지만, 제게는 왠지 ‘따라 가기엔 너무 먼’ 이들처럼 보여서인지 모릅니다. 이를테면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자연과 대화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쓰자”는 헬렌 니어링(『소박한 밥상』)의 이야기에 공명을 느끼면서도, 막상 저 자신은 맛있는 음식 만들어 먹고 맛집 쫓아다니기를 포기할 수 없는 ‘B급 식도락’이거든요.

어쨌건 문득 문득, 갑갑한 도시의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 한적한 교외에 집을 짓고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하는 그 노래가 귓가에 맴돌곤 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꿈꾸는 건 아닙니다. 현실은 “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네 가을이면 풍년 되고 겨울이면 행복하네” 같은 삶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저같은 도시인에게는 조그만 텃밭이라도 직접 가꾼다는 게 얼마나 큰 노동이 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직장과 아이들 교육 환경 또한 바꾸기 쉽지 않고요. 그래서 제 귀촌의 꿈은 여전히 ‘꿈’으로만 머물고 있는가 봅니다.

 이번에 귀촌·귀농인들의 이야기를 취재하게 된 것도 어쩌면 제 자신이 가지 못한 길을 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모릅니다. 은퇴 후 ‘강화나들길’ 만들기 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귀촌인 김신형씨에게 듣고 싶었습니다. 강화에는 외지 출신들도 적지 않다던데, 독거노인들께 도시락 배달 봉사까지 하며 굳이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야 했는지를요. 춘천의 윤요왕씨 얘기를 들었을 때 궁금했습니다. 30대 초반에 귀농을 결심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어떻게 그곳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들고 ‘산촌유학’ 프로그램까지 시작할 엄두를 냈는지.

그들에게 얻은 답은 ‘공동체’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택한 새로운 터전을 함께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야말로 그들 자신이 꿈꿨던 새 삶을 제대로 누릴 수 있으리라는 걸 알았던 겁니다. 윤씨는 “내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스스로 절실했던 일일 뿐”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공동체를 생각하며 ‘총대’를 매지 않으면 그런 일은 구체화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귀촌·귀농인이 크게 늘고 있답니다. 이왕 ‘결심’을 한 분이라면 새로 속한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보탤 수 있는 일도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아직 결심조차 못한 소심한 저는 그분들께 박수를 보낼 뿐이지만요. 행복동행 에디터

김정수 경원대 세살마을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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