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도망자' 의 실제 주인공인 샘 셰퍼드의 살인 혐의 재판이 셰퍼드가 죽은지 30년만에 재개됐다.
오하이오주 (州)
클리블랜드 법원은 31일 셰퍼드의 아들 샘 리스 셰퍼드 (52)
가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지난 97년 제기한 재심 재판에 공식 착수했다.
이번 재심은 앞으로 6~1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되며, 셰퍼드에게 무죄가 선고될 경우 셰퍼드 일가는 주정부로부터 약 2백만달러 (약 22억5천만원)
의 배상금을 타낼 수 있다.
클리블랜드에서 신경외과 의사로 성업중이던 셰퍼드는 1954년 임신한 아내 마릴린을 구타해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10년을 복역한 뒤 풀려났다.
그는 70년 알코올 중독에 걸려 46세의 나이로 숨지기 전까지 줄곧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그의 사후인 97년 아들 샘 리스가 마침내 사건현장에서 채취한 혈흔의 DNA를 분석한 결과 이것이 아버지나 어머니의 것이 아니라 집안 일꾼 리처드 에벌링의 것이라는 결정적인 단서를 잡아 재심을 청구했다.
이 사건은 세인의 관심을 끌면서 TV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여러편의 책으로도 출간됐다.
아들 셰퍼드는 이날 양쪽 부모의 친지들과 함께 법정에 출석, "돈이 목적이 아니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다" 면서 "사법당국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 개인의 삶이 완전히 파괴됐다면 당연히 그 당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사건 현장에서 채취된 혈흔의 주인으로 97년 7월 다른 사건으로 복역 도중 사망한 에벌링이 임종 직전 자신이 마릴린을 살해했으나 셰퍼드의 청부에 따른 것이라고 고백함으로써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클리블랜드 AFP=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