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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결정 찬성] 툭하면 고발하는 교육현장에 경종

중앙일보

입력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체벌 금지와 제한적 허용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던 교육당국의 정책혼선을 수습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교원개혁 위주로 전개해온 일련의 교육개혁 정책 등으로 실추된 교원의 사기를 북돋워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권에 대한 부당한 저항이 마치 유행병처럼 확산된 교육현장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교육적인 체벌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음으로써 명예훼손은 물론 신분상의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교사의 지위를 보호해주는 준거(準據)
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교총의 교권 상담창구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건 2백여건 중 절반 이상이 체벌과 관련된 사안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미한 교육적 체벌에도 교사를 고소.고발부터 하고 보는 학생이나, 심지어 수업시간 중에 찾아와 교사를 폭행까지 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았다.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학교내에서 교육적인 차원으로 접근해볼 수 있는 사안임에도 사법당국에 곧바로 제소하는 법률 만능주의에 학교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살벌한 상황에까지 몰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 헌재 결정이 갖는 또 다른 의의는 현장 교사들의 교권을 존중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교육붕괴로 표현될 만큼 심각한 오늘의 학교 위기를 다소나마 완화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또 학생들에 대한 훈육적 효과와는 다른 차원에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켜주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체벌의 전면적인 허용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인 학생.교사.학부모의 동의절차에 따라 학칙의 범위 내에서 가한 제한적인 체벌을 정당 행위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결정으로 일부 학부모단체 등에서 우려하는 과잉.감정체벌의 확산이나 학생 지도과정에서 쉽게 체벌에만 의존하는 교사 자신의 편의주의적 사고를 부추길 염려는 기우(杞憂)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체벌의 유용성 못지 않게 해악성을 논거로 한 폐지론도 없지 않은 만큼 교사가 학생 지도때 체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자세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김경윤 <한국교총 교권옹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