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고를 만하네, 하이브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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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의 전성시대가 국내에서도 열리고 있다.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 기아 K5 하이브리드가 나란히 출시되면서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개발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09년 6월 현대 아반떼 LPG 하이브리드 모델 등을 내놓았으나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차는 올해 안으로 단종될 예정이다. 소비자들로서는 도요타 프리우스, 혼다 인사이트 등 일본 업체의 하이브리드 차량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차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세상에 도움이 되면서 남과 다른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만족감을 주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도요타 프리우스가 1997년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일이다. 미국에서 이 차가 선풍적 인기를 끄는 데 할리우드 스타들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메릴 스트리프 등 유명 배우가 레드카펫이 깔린 행사장에 프리우스를 끌고 나오면서 사람뿐만 아니라 차도 동시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부분은 큰 행사 때만 이 차를 몰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친환경차의 등장이라는 새 시대를 알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최근 기름값이 뛰면서 하이브리드 차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관심을 다시 모으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구조에 배터리·모터가 보태져 무게가 20~30% 더 무겁고, 가격도 300만~400만원 이상 비싸다. 그런데 공인연비가 20㎞/L 안팎이라는 점이 하이브리드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19㎞/L인 경차 모닝보다 좋다.

 기아 K5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모델을 놓고 기름값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쉽게 드러난다. K5 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는 21㎞/L에 이른다.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K5 모델의 연비는 13㎞/L다. 가솔린 1L당 가격이 1946원, 연간 2만㎞를 달린다고 가정하면 K5 하이브리드 모델의 1년 기름값은 185만3333원이다. 가솔린 모델은 299만3846원. 하이브리드 모델이 114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이번엔 차값을 포함한 유지비를 계산해 보자. 얼마나 오래 타면 말 그대로 본전을 뽑을 수 있을까. 하이브리드 차는 일반 모델에 비해 비싸지만 개별소비세·교육세·취득세 등 감면 혜택이 있다. K5 2.0L 럭셔리(자동변속기) 모델을 기준으로 보면 하이브리드 차는 공채 구입 등 각종 비용을 공제받아 총 구입비용이 2989만원이 된다. 일반 모델은 2694만6000원. 여기에 연간 기름값을 더해보자. 3년이 지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의 총 유지비가 일반 모델보다 싸진다. K5의 경우 운행 3년차가 되면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솔린 모델에 비해 48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 7년이 지나면 504만원 차이가 난다. 서울에서 하이브리드 차를 운행할 경우 남산 혼잡통행료는 전액 면제고, 공영 주차장 요금은 50%를 할인받을 수 있다.


현재 시장에 나온 하이브리드 차는 소형에서부터 중형·대형, 그리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혼다 인사이트 같은 입문형 하이브리드에서부터 1억원이 넘는 벤츠 S400 하이브리드L, BMW X6 액티브 하이브리드도 있다. 소비자 입맛에 맞춰 고를 수 있게 됐다. 다만 국산 하이브리드 차의 경우 디자인이 기존 모델을 살짝 바꾼 정도에 그쳐 아쉽다. 얼리 어댑터의 눈높이와 개성, 그리고 강력한 입소문 효과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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