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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상한가 고교2년생 박효신

중앙일보

입력

한국에서 리듬 앤드 블루스(R&B)는 종종 트로트가 반쯤 섞인 이상한 음악이 되고 만다. 바이브레이션(울림)은 꺾기가 되고 고음처리는 대개 반음정쯤 더 올라 간 '울음소리' 로 변한다.

우리 정서를 배려한 '퓨전' 이라지만 좀더 '세계화' 된 팝으로 가요를 듣고 싶은 팬들에게는 짜증나는 일이기도하다.

이제 막 데뷔음반을 낸 박효신은 이같은 R&B 가요의 전형을 깨고 깔끔하고도 시원한 노래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화장독으로 돋아난 여드름을 짜느라고 낑낑대는 고2년짜리 신출내기다. 언더밴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굵고 허스키하면서도 선이 흐트러지지 않는 창법이 상당히 능숙하다.

팝 발라드 〈해줄 수 없는 일〉을 타이틀곡으로 한 데뷔음반은 발매 한달 만에 2만7천 장이 판매됐고 최근 주당 30회쯤 방송을 타면서 더욱 주문이 늘고 있다.

가수 이소라는 그의 목소리에 반해 곧 낼 네번째 음반에 듀엣곡을 녹음하자고 '프로포즈' 를 했고 김현철.유희열 등도 그와 작업을 같이하자고 '콜' 을 보낸 상태.

선배가수들의 이같은 애정은 그의 음반에서 팝적인 고급스러움이 우러나기 때문. 음반은 R&B와 솔을 반반씩 배치하고 스탠다드 팝 발라드와 디스코.펑키도 사이사이 집어넣어 힙합을 제외한 흑인 음악 전반을 아울렀다.

흉성(胸聲-가슴에서 우러나는 소리)에 바탕한 박효신의 시원한 창법과 신현권(베이스).강수호(드럼) 등의 능란한 반주가 잘 어울린다.

신인답지 않은 신인의 노래 비결은 무엇일까.

중학시절 학교축제에서 가수역을 도맡았고 고교입학 후 부천 청소년 가요제, YMCA 청소년 가요제 및 제물포 가요제에서 대상을 휩쓴 것을 보면 아무래도 타고난 능력이 상당한 것 같다.
그러나 방과후 버스가 끊길 때까지 학교 근처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2년 가까이 노래 연습을 한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마구 내지르고 폭발하는 록이나 힙합보다는 속으로 삭이면서 이따금 터뜨려주는 R&B와 솔에 애정이 깊단다. 루서 반더로스, 브라이언 맥나이트와 휘트니 휴스턴을 좋아해 많이 듣고 따라 불렀다고.

"대중음악은 테크닉보다는 그 가수만의 '톤' 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가사는 더 중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음반을 녹음할 당시 가사를 샅샅이 외워 감정이입에 노력한 것이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게된 비결 같다는 그는 2집에서는 좀더 장르적 깊이가 있는 노래들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며 수줍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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