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호의 마켓뷰] ‘지속편견의 오류’를 범하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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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먹구름(위험)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장마가 시작된 것인지, 햇빛이 다시 쨍쨍해질지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산은 필요하다. 거추장스러워 우산을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가 비가 오기라도 한다면 고스란히 비를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리 우산을 준비하는 것처럼 투자자들도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고 적응해야 한다. 지금 금융위기 같은 큰 폭풍우가 온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아직 후폭풍의 위험이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약 달러와 인플레를 용인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정책 스탠스는 변화하고 있고, 글로벌 경기 회복의 기저에 깔려 있던 달러 유동성 확대는 주춤한 모습이다. 증시는 이러한 변화를 남은 5월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의 관심은 아래보다 위에 있다. 반등의 한계보다 반등의 시작점이 어디냐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지속편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편견(persistence bias)이란 주가가 오를 때는 더 오를 것 같고, 내리면 더 하락할 것 같은 생각의 오류다. 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도 이런 지속편견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주가가 임계치를 넘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면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속된 말로 ‘묻어가기 심리’에 편승하고자 하는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빠른 시간 내에 코스피가 상승 흐름에 복귀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쉽게 꺾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반등의 시기에 대해 말하기보다 변동성 확대 이후의 증시에 대한 답변이 필요하다. 정부 부문의 개입이 줄고, 글로벌 유동성 확장이 주춤해진 상황에서 증시가 올라서려면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은 바로 민간의 자생력 회복이다. 하지만 아직 그 힘이 미약하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실질소득과 구매력은 정체돼 있다. 기업들의 투자도 활력을 잃고 있다. 당장에는 상승세를 이끌 힘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그간 시장을 지탱해 온 버팀목이던 기업들의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고 있다. 물론 기업들의 꾸준한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예상이 지속편견 현상으로 인한 기대의 과잉일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남은 5월, 여전히 낙관보다 경계의 시선으로 코스피를 바라보고 있다. 기대치의 높이를 낮추고, 부담해야 할 리스크의 크기 역시 낮춰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윤지호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투자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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