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고치다가 사람 웃기려고 벌거벗은 '괴짜' 의사…행오버2서 열연 한인배우 켄 정

미주중앙

입력

한인 배우 켄 정이 오는 26일 개봉할 '행오버 파트 2' 에서 괴짜 캐릭터 '미스터 차우' 역할로 다시 한번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Warner Bros Pictures 제공)

"전편서의 '미친 존재감' 관객들에 각인 / '의사도 코미디 배우 될 수 있다' 증명
스토리 뒷받침 할 수 있는 연기할 것 / 내안의 다재다능함 시험해 보고 싶어"

그는 괴짜다. 2009년 개봉됐던 영화 '행오버(The Hangover)'에서 벌거벗은 채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관객들의 배꼽을 뺐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동의할 말이다.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이었다. NBC TV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시트콤 '커뮤니티(Community)'에서도 괴짜 연기로 승승장구 중이다.

실생활에서도 그에게는 괴짜 기질이 있다. 켄 정은 의사였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도 의사 면허를 유지하고 있으니 의사는 의사다. 하지만 꿈을 찾아 안정된 의사직을 포기하고 할리우드에 뛰어 들었다. 이제 할리우드 최고의 코미디 배우 중 하나다. 많은 한인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켄 정은 그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괴짜 배우다.

역대 최고 수입을 올린 R등급 코미디로 기록된 '행오버'의 속편 '행오버 파트2(The Hangover Part II)'에서도 켄 정의 유쾌한 괴짜 행각은 계속된다.

오는 26일 개봉될 이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미스터 차우의 캐릭터는 1편에 비해 비중이 크게 늘었다. 그만큼 높아진 켄 정의 위상과 인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행오버 파트2'의 개봉을 앞두고 베벌리힐스 힐튼 호텔에서 켄 정을 만났다. 영화에서처럼 엉뚱하고 코믹했지만 한편으로는 진지하고 지적인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배우였다.

-'행오버 파트 2'개봉을 앞둔 소감이 궁금하다.

"기쁘고 흥분된다.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할지 빨리 보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이다."

- 태국에서의 촬영은 어땠나.

"정말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촬영하는 동안 아내도 놀러와 며칠 함께 머물며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다. '미소의 나라'란 말이 실감났다. 영화에서는 방콕의 어두운 면도 많이 그려지는데 실제로는 그런 부분은 그다지 경험하지 못했다. 다른 배우들과도 그냥 얌전히 태국의 분위기를 즐겼다. 영화만 보고 우리들이 모두 미친 듯이 날뛰며 노는 스타일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 미스터 차우의 캐릭터가 1편과 달라진 면이 있다면.

"1편에서는 자신이 납치됐다고 믿어 주인공들에게 덤벼 죽이려고 날뛰었던 상황이라면 이번 영화에서는 친구 사이로 발전해 그저 재미있게 놀고 싶어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물론 모든 사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좋아한다는 점은 1편과 동일하다. 아시아계 갱스터로 나오는 미스터 차우가 정확히 어떤 조직의 두목이며 무슨 활동을 하는 사람인지는 이번에도 비밀이다. 미스터 차우는 내가 연기해 본 최고의 캐릭터다. 연기할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차 추격신이다. 내가 운전을 하고 있는 차가 총알 세례를 받으며 유리창이 모두 깨지면 다른 배우들은 벌벌 떨면서 몸을 숙이는데 나만 '헤헤헤헤헤' 웃으며 계속해서 질주하는 장면이다. 실제 모든 스턴트를 다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촬영하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원숭이와 함께 연기한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다른 영화에서도 여러 번 함께 연기했던 원숭이라 꽤 친하다. 보통 원숭이가 아니다. 못하는 게 없다. 진짜 '최고의 배우'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 2편에서 역시 나체로 등장한다.

"1편에서는 내가 먼저 벌거벗고 나가겠다고 제안했다. 영화를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센 선택'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들이 여전히 그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다른 영화에서도 여러 배역을 맡을 수 있었다. 2편에서는 내 '거시기'를 갖고 장난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 결혼해서 애도 잘 낳아 키우고 있으니 아주 멀쩡한 '거시기'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연기였으니 전혀 부끄럽지 않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하며 수줍게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는 순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나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리낄 필요가 없다. 관객을 믿어야 한다. 관객은 내가 무슨 짓을 하건 그게 자연스러운 유머고 코미디라는 것을 안다."

- 실제 성격과 배역 사이 비슷한 점이 있나.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건 내 자신의 모습을 끄집어내 배역에 투영시키는 것이 바로 연기의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미스터 차우를 연기할 때는 내 안에 있는 '악마성'을 많이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아주 현실적이고 드라마틱한 역할에서는 또 그렇게 변신하곤 했다.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건 스토리를 잘 뒷받침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게 내 목표다. 한가지 역할만 잘하는 배우는 싫다. 내 안에 있는 다재다능한 나를 계속 시험해보고 싶다."

- 의사로서의 삶을 포기한 데 대한 후회는 없나.

"전혀 없다. 지금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꽉 막힌 사무실에 들어 앉아 호출이나 받으며 주말도 없이 일하고 아내와 두 쌍둥이 딸도 못 만나는 삶 보다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처음에는 낮엔 의사로 밤엔 코미디언으로 일하며 이 분야에 발을 들였다. 그냥 내 꿈을 따르고 싶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사람들의 충고 따윈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결국 나는 '의사도 코미디 배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었다. 가족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부인도 의사인데 먼저 나서서 내가 병원을 그만두고 연기를 계속 할 수 있게 힘이 돼줬다. 부모님 반대가 심하셨을 것이라고들 생각하는데 두 분 역시 많이 격려해주시고 응원해 주셨다. 최고의 축복이었다. 그래도 의사 면허는 죽을 때까지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행오버' 12편의 감독인 토드 필립스가 마이클 베이 감독에게 나를 추천해 '트랜스포머 3'에 출연하게 됐다. 7월 개봉을 앞두고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다. 22일 열리는 '빌보드 어워즈' 진행도 맡았다. 물론 '행오버' 3편이 만들어진다면 무조건 참여할 것이다. 토드 필립스 감독이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다."

베벌리힐스=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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