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선수협 첫 만남의 중재자는 하일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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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대결로 치닫던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를 대화의 광장으로 이끌어낸 인물은 `야구계의 마당발' 하일성(52) KBS 해설위원이었다.

지난 21일 선수협이 창립총회를 가진 뒤 KBO와 심각한 마찰을 빚자 시민단체와 정치권, 야구원로들까지 나섰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장외투쟁으로 확대되던 `선수협 파동'이 힘겹게 돌파구를 찾은 것은 29일 새벽. 전날 밤 전주로 내려가 쌍방울 선수 15명을 전세버스에 태우고 서울로 돌아온 선수협 대표들은 도착 즉시 29일 새벽 3시30분쯤 하일성씨 집을 찾아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을 요청했다.

송진우와 양준혁 등 선수협 대표들의 예상치 못한 방문을 받은 하위원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적극적인 설득에 나섰고 마침내 KBO 이상국 사무총장을 만나 의사를 개진해 보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하위원은 날이 새자 마자 KBO를 방문해 양측의 회동을 주선했고 이상국 총장은 8개구단 사장들과 3시간여에 걸친 릴레이 전화통화끝에 구단측의 입장을 정리한 뒤 밤 10시 비밀리에 선수들과 만나기로 약속했다.

첫 만남은 극적으로 성사됐지만 정작 약속시간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발생한 자칫 무산될 위기도 있었다.

KBO와 선수협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다고 했지만 취재기자들과 선수협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회동 사실이 새나가 이날 오후부터 확인전화가 이어졌고 선수협은 저녁 7시30분쯤 각 언론사에 회동장소와 시간을 모두 알렸다.

특히 약속시간에 앞서 TV 뉴스에서 `선수협 파동이 사실상 선수들의 승리로 끝난 채 밤 10시 양측이 만날 예정이다'는 속보가 방영되자 이상국 총장을 비롯한 8개구단 사장들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TV뉴스에 고무된 선수협 대표들은 승리감에 부푼 마음으로 KBO를 방문했으나 이총장이 예상밖의 반응을 보이자 대화 첫 머리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선수 대표중 일부는 강경 입장을 늦추지 않아 간간이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으나 이총장의 노련한 화법과 선수협 회장 송진우의 침착한 상황 판단력이 연결고리를 찾아 양측은 사태를 대화로 풀겠다는 기본 원칙에 합의하게 됐다.

29일 새벽 3시30분부터 30일 0시까지 20여시간에 걸쳐 KBO와 선수협의 만남을 우여곡절끝에 성사시킨 하위원은 "선수협 파동이 시민단체를 비롯한 외부인사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보다 야구계내에서 대화로 해결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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