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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안보리의 중국, 북핵엔 눈감고 귀막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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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강찬호
정치부문 차장

중국이 국경을 접한 14개국 가운데 중국에 가장 큰 위협을 야기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러시아도, 인도도 아닌 북한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 중인 영변은 베이징(北京)에서 수백㎞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 영변 핵시설(특히 신축 중인 경수로)의 안전도는 국제기준에 한참 미달해 사고가 나면 중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또 북한이 신축한 초대형 미사일 기지는 중국 국경 코앞에 세워진 걸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북한의 핵 개발을 막무가내로 감싸는 중국의 행태는 국제사회가 용인할 한도를 넘어서고 있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지난 17일 중국은 유엔 안보리가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낸 연례보고서를 채택하려 하자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시켰다. 중국은 “패널에 참여한 한 전문가가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이유를 댔다. 하지만 외신에 따르면 중국 출신인 이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압력을 넣어 7명의 패널 중 혼자만 서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이 민수용이란 북한 주장과 달리 ‘군사적 용도’임을 밝히고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또 북한이 중국 국경에서 49㎞ 지점인 평북 봉동리 동창동에 기존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보다 다섯 배 큰 장거리 미사일 발사기지를 건설했다고 밝혔다. 영변 핵시설의 안전도가 매우 열악해 사고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대책 논의가 시급하다고도 했다. 대북제재위 의장인 호세 필리페 모라에스 카브랄 포르투갈 대사가 “보고서 내용은 아주 심각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보고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영·중·러·프랑스와 한·일의 핵·미사일·비확산 전문가들이 1년간 조사한 끝에 내놓은 것이다. 북한이 중국의 안보와 안전에 갈수록 위협이 돼 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정황도 담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김정일 체제 유지’란 근시안적 목표에 매달려 북한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다. 비합리적인 ‘완충국가(buffer state)’ 북한을 챙겨 줌으로써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확대해 간다는 속내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제사회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판단마저 무시하는 경직된 자세로는 주변 국가들의 경계심만 늘릴 것이다.

 중국은 21일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후쿠시마에서 개최하자는 일본의 제안에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의 안전에 부담이 된다”고 일축했다. 그런 중국이 일본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열악한 북한 핵시설의 안전 문제엔 눈을 감는 모순을 세계는 어떻게 이해할까.

강찬호 정치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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